철학자가 바라본 '먹는다는 것' [식탁 위의 철학자들]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 '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식'의 중요성만큼은 모두 똑같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에 도전 중이므로 '식'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이 그다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식'을 좀 더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뜻깊었다.
먹고 배출하는 것만으로 '식'을 정의하는 단순한 인식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우리가 매일 삼시 세끼 마주대하는 식탁이 재미없다.
식탁 위에서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를 하며 배고플 때 배를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요리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하고 음식이 주는 추억에 젖기도
하며 행복한 기분이나 우울한 기분을 동시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길고도 단조로운 서술의 대명사로 읽기를 기피해왔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예의 그 유명한 '마들렌'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때때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잊을 만 하면 불쑥 책 속에서 튀어나와 이젠 읽을 때가 되었지, 하는 통에 언젠가는 그 두꺼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주인공은 옛날에 즐겨 먹었던 조개 모양의 마들렌 과자의 맛과 냄새를 경험하는 순간 과거 일들이
생각나고, 그 기억은 잊고 살았던 또 다른 추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에서 마들렌은 주인공의 과거, 그러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169
음식과 예술을 구분해야 한다는 한 철학자는 그러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예술이지만, 마들렌 자체는 예술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책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라는 문제에 대한 탐구가 진지한 철학적 관심을 쏟을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철학'의 의미와 '음식'의 의미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프로젝트의 틀을 제시하고 음식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데 철학자들을
초대한다.
철학은 오래 전부터 합리성의 투사라는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 책은 '도대체 누가 합리성이 제일이라고 했는가?"라고 묻는다.
양자택일식 이분법을 지양하는 것이다.
적어도 식탁에 앉아 있는 철학자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인위적이고, 강요받은 합리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참가자들이며, 그들의 상호작용에는 당연히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음식, 먹는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어려우리라 생각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현실과 결합되어 있는 경험들이 소개되고 마켓에서, 식탁을
차리면서 우리가 하는 고민들이 툭툭 튀어나오기에 보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먹는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한 번쯤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