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자, 조각난 기억 [걸 온 더 트레인]

걸 온 더 트레인!!
2017년 3월 9일 개봉 예정이네요.
주인공들 캐스팅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 에밀리 블런트 메건
역 스캇 역 애나 역 톰 역
레이철 역
일단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여자가 나옵니다.
중요 인물들이죠.
책에서는 세 명의 여자들이 번갈아 나레이션을 합니다.
레이철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요,
레이철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톰과의 이혼으로 알코올 의존자가 된 레이첼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 통근 열차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보는 게 낙이죠.
나는 창에 머리를 기댄 체, 레일 위로 카메라를 움직여 찍은 영화장면처럼 휙휙 지나가는 집들을 구경한다. 나 같은 방식으로 그 집들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주인들마저도 이런 식으로 자기 집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하루에 두 번 아주 잠깐 그들의 삶을
엿본다. -12
레이철은 그렇게 통근 열차에서 완벽한 커플, 메건 부부의 삶을 관찰하게 됩니다. 독자도 레이철을 따라 숨죽여 가며 그들의 삶을
훔쳐보게 되죠.
어느 날 메건이 실종되고, 그녀의 남편 스콧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톰의 새로운 부인 애나는 사건의
용의자로 레이첼을 지목합니다.
메건이 실종되던 날 레이철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죠.
알콜 때문에 부분부분
조각난 기억.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지 않으려면 레이철은그날의 진실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레이철)겁이 나는데 뭐가 무서운 건지 확실히 알 수가 없고,
그래서 더 무섭다.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기나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64
레이철의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포가 대신 자리잡게 되지만 레이철은 그 공포를 이겨내야만 합니다.
은연 중에 레이철을 응원하게 되는군요.
(메건)이 집은 언제 이렇게 어이없이 작아졌지? 내 인생은 언제 이렇게 따분해졌지?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달 전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생각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고 그림도 그릴 수
없고 그저 달아나고 싶은 충동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을 뿐이다. '그냥 사라져 버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235 ,
(애나)길 건너편에 서서 우리 집을 바라보고 있는 레이철이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잠깐
있다가 기차역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침대에 앉아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숙이 찔러댄다.나는 복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언뜻 본다. 내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포도주 때문에 짙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344
[걸 온 더 트레인]이란 제목에서 '걸'은 좀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알코올 중독자에 이혼녀이며 게다가 실업자이기도 한
레이첼이 '걸'이라 표현된 것에 의아했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술이 주는 망각에 기대어 살아가는 그녀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데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메건의 실종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레이첼의 기억 속에서 뭔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레이첼은 그것을 확실히 붙잡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15호 집과 23호 집의 멀지 않은 거리만큼이나, 이 책의 주요 나레이터인 레이첼, 메건, 그리고 전남편 톰의 현재 부인
애나는 알고 보면 비슷한 처지임이 드러납니다.
레이첼이 매일 아침 저녁 몸을 실은 기차는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딘가로 그녀를 태우고 갑니다.
레이첼이 좀 더 강한 정신력을 지녔더라면...
아버지로부터의 상처와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남자에게 기대는 여자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어쩌나...
이 책에 나오는 세 여인은 모두 어둡고 우울한 모습이네요.
희극보다는 비극에 재능이 있다는 작가의 말대로, 작가가 창조한 소설 속 이야기는 폭력적이고 거칠어요.
피가 튀고 싸움이 난무하는 폭력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성들이 좀 더 힘있고 강력한 존재인 남성에 의해 다루어지는 스토리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말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이는 가정일지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만큼의 평화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다. 뭔가 죄책감이 든다.
레이첼의 불안감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차처럼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늪에 빠지는 듯한 기분으로 읽게 되고 어떤 결말이 날지 점점 궁금해 미칠 때쯤, 레이첼은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타러 가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과 맞닥뜨리게 돼요.
이번에는 제발~ 자신의 의지를 한 움큼 꽉 움켜쥐고 기차에 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