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물을 지배한 남자의 광기 [물의 감옥]

 

어린 시절 피서지에서 멋모르고 첨벙 뛰어든 물에 한 번 호되게 당한 터라 물이 무서웠다.

물에 들어가면 저절로 떠오르는 줄 알고 들어갔건만 생각과 달리 몸은 밑으로 가라앉았고

꼬르륵. 발끝이 닿지 않는 곳으로 한없이 끌려들어가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다.

어푸어푸 숨을 쉬어봤지만 코와 입으로 밀려들어오는 건 시원한 공기가 아닌 차가운 물.

옆에 있던 사촌오빠의 도움을 어찌어찌 물 밖으로 끌려나오고선 캑캑거리며 물을 뱉어내고 그만 물에 대한 공포가 생기고 말았다.

어촌에서 살았던 아버지는 근육질 팔로 어린 우리들을 등에 태워올리고선 바다수영을 잘도 했었는데...

물과 친숙한 유전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리 자매들은 웬일인지 수영엔 젬병이었다.

수영을 못하는 채로 튜브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시원함을 즐기려던 안이한 생각을 한 덕에 죽을 뻔한 뒤로는 물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물귀신'이 나올 것이라는 케케묵은 전설 같은 데에 기대어 물을 멀리하고 살았고, 좀 큰 뒤로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실내 수영장도 마다하며 재미없게 살았다.

물에 대한 공포 덕에 수영을 배울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작년에는 용기를 내어 수영 배우기에 도전했다.

물이 무섭다는 것을 몸은 기억하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보다 쉽게 적응해서 3개월 정도 줄기차게 다녔다.

물에서 숨쉬기에 적응할 즈음, 내 게으름이 도진 탓에 수영을 그만두었다.

물은 무서운가, 무섭지 않은가.

아직 그 경계에 서서 발끝을 넣었다가 뺐다가 하고 있는 내게 다가온 [물의 감옥]이란 책 덕분에...

물은 다시금 서늘한 공포라는 아우라를 둘러업게 되었다.

작가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물 속에 잠겨 서서히 숨을 잃어가는 희생자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기에

저절로 물 속 세상을 조우했을 때의 낯선 호흡이 떠올랐다.

 

 

숨 쉬지 마. 절대 안 돼..

물이 들어왔다. 목으로 들어온 물 때문에 숨이 막혔다. 의지와는 달리 또 한 번 숨을 쉬었다. 폐가 경련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보는 게 우리 머리카락이구나. 우리 삶처럼 서로 엮여 있는 우리 둘의 머리카락.

반짝이는 은색 구슬 같은 기포 몇 개가 여자의 입에서 올라왔다. 입에 다시 넣고 싶은 기포였다. 여자는 자신이 물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쿵쿵 울리는 죽음의 메아리가 머릿속을 채웠다. 공포보다도, 삶을 향한 외침보다도 더 큰 소리였다.

여자는 마지막 숨을 쉬었다.

침묵이 찾아왔다.-11

 

물에서 삶과 이별하는 순간의 모습을 이처럼 세밀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여러 번 나온다.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뱀장어처럼 몸을 꼬고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왔다.

도대체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사이코패스같은 범인은 경찰에게 대놓고 도전장을 내민다.

범인은 에릭 슈티플러 경정과 관련 있는 여자라면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매춘부부터 이혼한 전부인까지 전부 물 속에서 죽음을 맞게 한다.

경찰과 범인 사이에 쌓인 원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범인은 물 속에서 여자들을 죽이면서 사랑스러웠던 여동생 시리를 떠올린다.

물 속에서는 돌고래 같았던 동생. 흠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매끈했던 피부의 동생과의 마지막 춤. 동생이 떠나며 남겼던 황홀한 경련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열 여섯 명의 여자들을 희생시켰던 범인의 스산한 내면이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게 펼쳐진다.

익사한 여자의 사건을 맡은 에릭은 얼마 안 있어 범인의 존재를 눈치 채고 과거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한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할 때는 한 때 명성을 날렸던 멋진 수사관 에릭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기대감이 컸는데, 전개되는 이야기는 의외다.

신입 경찰인 라비니아를 의도적으로 대놓고 무시하고 자신과 관련 있는 희생자에 대해서도 모른척한다.

남녀 콤비의 멋진 케미를 보이며 사건이 술술 풀리겠지 하던 것이 의아함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에릭의 힘든 개인 가정사, 그리고 범인과의 얽힌 악연등이 드러나면서 에릭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이 사건을 해결할 사람은 누구?

신입인 라비니아는 팀 내 다른 동료에게 의지하지만 이 또한 순순히 결합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슬슬 일어난다.

 

희생자들을 제 때에 구조하기 위해 기면증 택시기사가 흑기사처럼 짠 하고 나타나지만 이마저도 꽤 시원치 않은 것이...

역시 믿을 만한 것은 라비니아 밖에 없다!

부패한 경찰의 모습을 또 다른 신입 경찰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의 정령.

과연 범인을 물의 정령이란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것일까?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인데...

마음의 상처를 안고 복수심에 불타는 범인에 대한 양가감정이 일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잠수를 잘하는 남자.

물의 감옥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에 드러나기를 거부한 이유를 알면 그를 동정하게 될까 두렵다.

 

물을 지배한 남자의 광기에 소름이 오싹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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