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
청춘유리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담담하게 빛나는 청춘의 여행 에세이[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웃는 얼굴이 참 예쁜 26살의 청춘이다.

저자 청춘유리는 고등학생 시절 처음 교환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간 것을 계기로

이곳저곳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다닌다.

거창하고 명분 넘치는 '여행'이 아니라 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여행으로의 발걸음이 가뿐하게 찍혀있다.

일기같기도, 시 같기도, 짧은 에세이같기도 한 글들이 편안한 질감의 사진과 어우러져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땅의 청춘들은 참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것 같다.

학교와 학원의 울타이에 갇혀 지내다 더 큰 사회로 나아가려고 할 때에는 세상에 대한 면역 없이 곧바로 부딪혀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단단한 이와 나약한 이의 차이가 드러난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따위에 연연하며 세상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틀 따위 과감하게 부수어주겠어, 하며 당당하게 더 큰 걸음을 내딛는 이들도 있다.

세상에서 정해 놓은 길이 아니면 어떠랴.

마음에 품은 큰 뜻이 장애물을 하나하나 걷어내 줄 텐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모으는가 싶으면 곧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하는 청춘유리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떠나는 과정을 즐기고 떠난 곳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집어오기도 잘한다.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무언가를 말이다.

찬바람이 불면 겉옷을 주섬주섬 찾아 꿰어 입듯이, 내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청춘유리의 삶을 풍요롭게 메꿔준다.

 

돈 50만원을 들고 무작정 DSLR 카메라를 찾아 서울로 '상경' 했을 때

그 눈빛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기에

가게 아저씨도 기꺼이 가슴에서 우러난 충고를 던져준 것이 아닐까.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는 것' 이라고.

 

 

 

어딜 가도 똑같은 배경, 자랑하는 듯한 사진이 아니라

여행할 때 "나"의 기분, 그 때의 감정,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는 청춘유리.

그 말을 읽고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이 장면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게 되고 공감하고 싶고 그렇다.

 

구도와 빛과 시각 같은 어려운 사진 이론이 전하려는 것 말고

진심이 담긴 사진을 여럿 볼 수 있다.

 

 

혼자 여행을 떠나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고 하는 동안에도

홀로 끙끙 앓았던 기억은 아프게 와닿고

스스로 토닥토닥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와닿았다가 스며든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저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요.

 

욕심 내지 않고 여행이 안겨주는 선물 같은 일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참 좋다.

 

 

 

인생이 어디 뜻대로만 되는 것이던가.

계획하고 떠나도 어딘가 삐걱거리게 마련.

그 과정에서 인생은 퍼즐 같은 거야, 라는 어느 서양의 잠언 같은 진리를 깨우치게도 된다.

그림 같은 그리스 자킨토스 섬,  나바기오 해변. 아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곳이 아닌가 싶은데...

꿈의 섬이었다던 그 곳을 비수기라서, 파도 때문에 배를 타고 못 가게 되었지만 돌길을 차를 타고 달려서라도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던가.

정면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변의 모습도 환상적이다.

여기에 일반 배낭 여행자라면 꿈도 못 꿀 이야기를 하나 더 얹게 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인생은 퍼즐 같은 것이라는 카우치 서핑 호스트의 말에 또 한 번 오래오래 남을 기억을 보태게 되었겠지.

 

이 좋은 여행의 추억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엄마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 나눈 따스한 마음도 좋았다.

요정이 산다는 '플리트 비체'를 함께 거닐고 이야기 나눈 것만으로도 딸과 엄마 사이는 더욱 돈독해 졌으리라.

인생 뭐 있나?

에서 인생 대신 '여행'을 끼워 넣으면,

'여행 뭐 있나?'가 된다.

오늘은 바람만 느낀다는 허허로운 마음으로 걷고 또 걷다 보면

이렇게 꽉 찬 여행기 한 권 만들어진다.

언제나 다른 모양의 구름이 그림처럼 피어나는 사진 덕분에 훨씬 마음이 가볍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닮은 청춘유리.

담담하게 빛나는 청춘이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