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나이트 레베카 시리즈
오사 라르손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백야의 여름, 어둠이 파고든다. [화이트 나이트]

 

 

 

백야, 태양이 빛나는 여름, 늑대, 여목사, 마녀사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 묘한 데서 만난다.

[화이트 나이트]는 뭐랄까,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백야' 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낯선 느낌이 강하다.

깜깜해야 할 한밤중에도 해가 떠 있어서 사방이 밝은 곳, 북유럽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 스웨덴이 떠오른다.

요 네스뵈가 사는 곳 노르웨이에도 백야는 있지만 요 네스뵈가 묘사하는 백야는 <미드나잇 선> 속에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스릴러의 배경이었다면

스웨덴 출신 오사 라르손의 백야는 심리적인 면에 중점을 둔, 정적인 분위기가 독보적인 범죄소설이다.

 

오사 라르손의 [블랙 오로라]에 나왔던 여주인공  변호사 '레베카'의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블랙 오로라]를 보고 난 뒤 보는 것이 여러 모로 분위기 파악에 도움이 된다.

간접적으로 드러난 몇 몇 상황들에 의해서만 '레베카'의 이야기를 유추해야 해서 초반에는 [화이트 나이트] 만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시리즈는 역시 1권부터 봐야 해...

 

 

짧게 뚝뚝 끊기는 문장들이 긴박한 상황을 제대로 드러내준다.

초반에 범죄 사실이 이렇게 밝혀지는데, 범인은 꽤 잔혹한 형태로 살인을 저지른다.

'가슴속 성난 괴물같은 개"가 광기의 세계로 달려 나가는 것에 비유할 만한 것이니만큼,

범인의 행위는 잔악하고, 그 마음 속 들끓는 분노의 원인은 미처 짐작하기 어렵다.

이제부터 서서히 범인의 분오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면서 읽어가야 하리라.

 

폐쇄적인 마을 분위기가 짐작되는 한 교구의 교회에서 목사 밀드레느 닐손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예배당 앞쪽 오르간 파이프에 긴 쇠사슬로 묶인 채 늘어뜨려진 시체.

교회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수법으로 살해를 저지르다니. 꽤 입맛이 쓰다.

여목사에 대한 원한이 꽤 깊어 보인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을 힘들여 끌고 와서 저런 식으로 묶어 놓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키루나의 형사 안나마리아와 스벤에리크가 사건을 맡아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벌인다.

여성 운동과 야생 늑대 보호, 교회 개혁 등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던 밀드레드를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그녀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이권이 개입된 문제로 대립하던 사람들은 밀드레드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은퇴한 경찰에 사냥 클럽 정예팀 대장인 라르스군나르는 말할 것도 없고 유카스예르비의 목사인 베르틸, 스테판도 마찬가지. 사냥 클럽 멤버인 망누스는 그녀에 대한 증오를 대놓고 드러내는 판국이다. 이렇다할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키루나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던 변호사 레베카가 죽은 목사가 남긴 서류를 정리하다 복사본과 편지를 전해준다.  되도록 이번 사건에 관계하지 않으려 했던 레베카는 경찰들에게 도움을 주려다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밀드레드가 만든 여성 성경 공부회 '마그달레나'의 회장인 리사'와 몇몇 여인들만이 밀드레드에게 호의적이며 그 중에서도 리사는 밀드레드와 은밀한 비밀을 나누어 갖고 있는 최측근이지만 웬일인지 나서서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섞여 들어가 있는 늑대 '노란 다리'에 대한 이야기는 늑대 사냥에 반대했던 밀드레드의 분신 이야기인 것 같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리 속에 섞여 들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에는 내쳐져 홀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외로운 암늑대의 고군분투.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밀드레드의 관계를 파헤칠수록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숨겨왔던 두려움의 근원, 외로움의 근원들이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며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

밝은 백야와는 상반되게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한 사람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심리 서적 못지 않은 깊은 통찰을 볼 수 있다.

키루나에서 또 한 번 범죄에 휘말려 지하실에 갇힌 채 시시각각 조여드는 불안함, 고통에 시달리는 레베카는 차마 보고 있기 힘들다.

흔히 복지사회의 대명사라 일컫는 북유럽이라도 조용한 어느 마을 한켠에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지역사회의 폐쇄성, 일그러진 종교상 등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 곳에 개혁의 불씨를 당기려던 여목사 밀드레드의 처참한 최후가 고독한 암늑대 '노란 다리'의 일생과 자꾸만 겹쳐진다.

요 네스뵈와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전개가 돋보이고 특히 심리 묘사 부분, 죄어오는 공포의 묘사가 압권이다. 시리즈로 읽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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