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머리도 꼬리도 없지만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가 담긴 프랑스 소설 [미스터 보쟁글스]

 

 

 

독특한 이름의 '미스터 보쟁글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일 줄 알았다. 내내 보쟁글스를 찾고 있었다.

주인공은 '나'인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아버지는 '조르주'라 불리긴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진짜 이름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고 어머니의 이름은 숫제 매일 바뀌어서 진짜 이름은 애시당초 알아야겠다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미스터 보쟁글스는 등장 인물이 아니다. 다만, 표지에서처럼 춤 추기를 좋아하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춤을 출 때면 항상 턴테이블에 올리곤 하는 니나 시몬의 노래 <미스터 보쟁글스>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보쟁글스라는 남자를 알았지

그는 당신을 위해 닳아빠진 구두로 춤을 췄어

은빛 머리칼, 누더기 셔츠와 배기팬츠

그는 사랑스런 소프트 슈 댄스를 춰

그는 높게, 높게 점프했다가

부드럽게 내려앉지

 

(...)

 

미스터 보쟁글스,

미스터 보쟁글스,

미스터 보쟁글스,

춤을 춰줘

 

 

유튜브에서 1971년 니나 시몬이 노래하는 미스터 보쟁글스를 찾아 들어보라.

구슬프게 읊조리는 미스터 보쟁글스 라는 가사가 귀에 들어와 박힐 것이다.

책에 따르면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완전 행복에 가득한 상태에서 춤을 출 때 이 노래와 함께 했다는데, 생각보다 느리고 음울하다.

이 노래의 어느 부분에 흥을 돋우는 곳이 있단 말인가.

사뭇 비극적인 분위기의 음율 속에서 이들은 춤을 추었다? 뭔가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평범하지 않은 이 부부의 삶은, 첫시작은 매우 유쾌했다.

아버지가 써서 남겼다는 소설에는 어머니를 처음 만난 부분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사람들의 기분을 북돋우려 했던 아버지의 눈에

이상하리만치 아름답게 비춰진 어머니의 기이한 행동이

둘만의 독특한 사랑을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게 만든다.

차량 건강검진이 법제화 되자 '카센터 개업자'가 된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벌었고 아름다운 아내와 흥청망청 써댔다. 멋진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아버지는 스스로 "행복한 바보"라 부르며 진 토닉 마시며 보디빌딩하는 '짐 토닉'을 실시했고 밤 늦게까지 일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존댓말을 하는 어머니가 시간을 함께 보내달라고 하자 카센터를 정리하고 집에서 글을 썼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집안의 분위기 때문에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정상이 아닌 부모, 자주 찾아와 식구가 되다시피 한 자칭 상원의원 '쓰레기', 재두루미 '아가씨'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화려한 사교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집에는 손님들이 들끓었고 매일 춤추고 파티를 벌였다. 하지만 '나'가 태어나고 몇 해 뒤, 어머니는 변신을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한계를 살짝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광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다.

멋지고 사랑스러웠던 어머니는 슬픈 광기의 웃음을 보이고 화를 내는 변덕을 부리기를 반복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건 잘 알죠. 그런데 이 광적인 사랑을 난 어찌해야 합니까? 이 사랑을 난 어찌해야 합니까?"

 

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절규하곤 했지만 결국엔 어머니의 치명적인 매력에 그의 사랑을 저당잡힌다.

어머니는 알몸으로 가게에 나가 물건을 사고 열정이 들끓을 때면 소설 쓰기, 아파트 페인트칠하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버지와 '나'가 장을 보러 간 사이 집에 불을 지른 어머니는 병원에 보내지고 만다.

 

병원에 갇힌 어머니는 어느날 자신을 '납치'해달라며 계획을 말했고, 이들은 미친 짓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머니를 납치해 스페인의 별장으로 도주한다.

미쳐가는 어머니를 돌보며 아버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고, 자신이 지어낼 수 있는 기발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스페인의 마을에서 큰 축제가 벌어지던 날 부부는 너무도 행복한 모습으로 춤을 추었다.

이것이 아마도 최초의 춤, 최후의 춤.

 

"잘 썼고, 재미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네요."

"세상 어느 책에 머리랑 꼬리가 달렸다는 거야, 있으면 나도 좀 보자!"-19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은 아버지가 쓴 책에 머리도, 꼬리도 없는 행복한 이야기로 남았다.

머리도 꼬리도 없지만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함과 속상함을 훨훨 벗어던질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아주 멀리 도피해서 살아가는 이 활력넘치는 미치광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쏘옥 든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오늘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며 춤추고 노래하라!

대책 없이 무사태평한 이들의 거짓말 같은 찰나의 환희에 대신 흠뻑 젖어들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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