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보는 눈 [무통]

 

 

 

한여름에도 오싹 소름돋게 하는 책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요~~

역시 여름에 읽기에 제격인 스릴러!! [무통]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대로, 통증을 느낄 수 없는 기이한 인간이 나옵니다.

현직 의사인 작가가 쓴 것이라 그런지 뼈와 살과 피가 튀는 장면 묘사에 있어서 자비란 느낄 수 없군요.

엄청 후덜덜한 내용을 쓱~ 해치워 버립니다.

작가의 거침없는 장면전개가 압권이라고 할까요.

사전연재편을 읽고 너무너무 섬뜩했으면서도 뒷이야기가 자꾸 궁금해지는 것은...

제 속에도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악마적인 면모가 들어 있다는 뜻일까요?

인간이기에 모두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작가가 잘 긁어서 일으켜세운 것일까요?

 

어쨌든...

처음 사건은 정말 잔혹하기 그지 없군요.

고베 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위에 있는 집.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집에서 4명의 일가족이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됩니다.

모두 둔기로 살해당했지만 아내와 남편의 얼굴은 테이프로 빙빙 감겨있고 아이들의 얼굴은 살해 당시의 모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드러나 있었네요.

가족 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 어머니를 기준으로 가족이 한 군데 모여 있는 모습...

아마도 범인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피해의 처참함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나.

범인은 있는 힘을 다해 머리를 깨부쉈다. 마치 종이 상자라도 밟아 짓뭉개는 것처럼.

해부를 담당한 법의학 교수는 범인에게 정성결여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소견을 보였다.-20

 

S 사이즈 모자와 XL사이즈의 신발, 그리고 흉기로 쓰인 망치가 현장 증거로 남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수사는 난항을 거듭합니다.

이 때...열네 살의 자폐소녀를 용의자라 말하는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됩니다.

 

엄청난 범인의 존재를 암시한 사건 현장에서 느낀 무시무시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이어 묻지마 살인의 장면이 이어집니다. 한낮의 거리에서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무릎을 높게 쳐들고 이리저리 부딪치며 걷던 한 남자가 칼을 휘두르며 무차별 살인을 감행합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의사 다메요리는 그의 미간에서 꿈틀거리듯 부풀어 오른 주름을 보고는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모자를 대피시켜 살인마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해 주죠. 마흔일곱의 독신 의사인 다메요리는 사실, 사람을 보고 관찰하는 것만으로 병을 알아내는 천재의사입니다.

이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의사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천재의사간의 대결을 작정이라도 한 듯, 똑같은 능력을 가진 의사가 한 명 더 나옵니다.

허름한 의원에서 진료하는 다메요리와는 달리 시라가미는 첫인상은 온화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목적을 위해 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한 인물이지요.

시라가미 메디컬 센터 원장으로, 통증 없는 치료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이바라라는 선천성 무통증, 무모증, 첨두증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바라는 어쩐 일인지 시라가미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데요~

무통증인 결함을 가진 이바라는 다행스럽게도 후각으로 많은 것을 판단하게 됩니다.

 

시라가미의 온몸에서 시큼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선생님이 변하고 있다. 이바라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불안에 몸을 떨었다. -303

 

천재의사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맞붙게 되는 걸까요?

이들의 접점은 맨 처음 나온 일가족 살해 사건의 범인과 또 한 명의 여인, 바로 다메요리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만나게 된 나미코 입니다.

 

형법 제 39조.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20

 

들쑥날쑥하게 벌여져 있는 것만 같던 사건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맨 처음 용의자가 심신상실 상태인 열네 살 소녀였다는 것에서 제기되는 의문도 슬슬 해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일 즈음...

진짜 범인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천재의사간의 선악의 대결도 흥미진진하고 일본 형법의 모순과 불합리함에 고민하는 형사가 던지는 질문도 가볍지는 않네요.

초반 장면이 섬뜩하고 잔혹하기는 했지만 사회파 범죄소설의 요소를 갖춘 멋진 스릴러소설인 것 같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드한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씀을...

덕분에 잠을 이룰 수 없는 열대야를 책을 읽으며 거뜬히 셀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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