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예리한 눈으로 사진 속 비밀을 훑어라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요즘,

아날로그 감성을 가득 담은 필름 카메라에 인화지니 감광이니 하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오래된 사진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새삼스럽다.

세피아색으로 빛바랜 진짜 필름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낯선 일이 되어버려서인지

고풍스러운 사진관으로 주인공이 걸어들어갔을 뿐인데도 아주 먼 옛날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관이 위치한 곳이 육지와 떨어진 섬, 에노시마라는 것도 물리적 공간의 거리감에 시간적 거리감을 더하는 데 일조한 것이리라.

고양이의 섬이라 알려진 에노시마 답게 섬의 곳곳에 고양이, 그리고 사진관 안에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하얀 고양이가 있다.

프롤로그 부분에서 하얀 고양이가 인간을 관찰하는 식으로 서술하면서 시작되는데, 이 고양이는 왠지 세상을 달관한 듯한, 그리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웃음기 쫙 뺀 채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안개처럼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나 할까.

^^

바다로 에워싸인 섬, 묘하게 탁한 발소리를 알아채는 고양이, 낡은 건물.

으스스한 편린들이 뒤섞여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지만 그렇게 공포스러운 미스터리물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가쓰라기 마유는 엄마의 계략에 빠져 얼마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사진관에 유품을 정리하러 에노시마 섬에 들어왔다.

함께 오기로 해 놓고선 마감이 코앞이라며 혼자 마유를 보낸 것이다. 정월 연휴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추운 겨울..하얀 다운코트 속으로 지독한 추위를 맛보며 마유는 니시우라 사진관에 들어선다.

100년 동안 영업했던 사진관의 마지막 주인은 마유의 외할머니인 니시우라 후지코였다.

후지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에는 아직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사진들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맨 처음 사진을 찾으러 온 남자의 사진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시대와 복장은 달랐지만 모두 한 사람 같은 인물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이런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하다.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42

 

사진을 전공하다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탓에 전공을 바꾸어 취직을 했던 마유지만,

아직도 사진에 대한 애정만은 남달랐다.

미스터리한 사진을 보자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예리한 눈으로 비밀을 파헤친다.

<별에서 온 그대>처럼 외계인의 흔적이라도 포착한 것이 아닐까, 하여 바짝 긴장한 채 사건을 따라가 보게 된다. 정말 같은 얼굴을 한 그 남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이상한 사람' 일까?

 

첫 번째 사진으로 인연이 엮인 그 남자, 마도리 아키타카는 마유의 사진관 정리를 돕기로 한다.

수시로 둘 사이에 흐르는 발그레발그레한 기운.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을 밝히는 일이 그다지 회색빛이라거나 두려운 암흑의 검은빛이 아니게 될 거라는 것이 분명해 졌다. ^^

 

한 때 주목받는 신인 배우였던 나가노 루이가 4년 전 자취를 감춘 사건.

그 실종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건 마유의 사진이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루이의 모습, 간절히 기도하는 아름다운 루이의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 어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는지 몰라도 지금 마유는 그 일 때문에 사진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래도 마유의 옆에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마유가 부럽다며 망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아키타카가 있다...

 

은덩어리가 의자 위에 놓인 흑백 사진, 그리고 캐비닛과 차용증을 확대해 찍은 컬러 사진.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거리를 제공해 주거나 직접 거두었던 후지코 할머니가 직접 찍어 남긴 사진에는 또 어떤 사연이 들어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다.

마유와 달달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의대생 아키타카.

대대로 병원을 운영해 오던 그 집안의 음험한 비밀이 밝혀진다.

<별에서 온 그대>를 기대했다면 기대를 접으시라. 꽤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추억 속 사진이라고 해서 모두 애틋한 사연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잊고 싶었던 비밀이 풀리는 순간,

사람들은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모든 감정들을 쏟아내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100년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을 묵묵히 담아내 왔던 니시우라 사진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놀랍고도 기묘한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정리한다.

사람들의 비밀을 예리하게 간파했던 후지코 할머니의 손녀 마유는 동시에 자신의 일도 정리하면서

한 단계 성숙해 간다.

각 장의 앞에 그려져 있는 빛바랜 사진들을 미리 보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잘 짜여진 힐링 미스터리 한 편,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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