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형상 1 - 키타이의 전설 중국의 형상 1
쩌우닝 지음, 박종일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인이 최초로 쓴 서양의 중국사 비판 [중국의 형상1-키타이의 전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간만에 꺼내 보았다.

고전 필독서 목록에 올라 있었던 그 책은 고등학생 시절의 내 눈에는 그저 허풍쟁이 외국인이 쓴 중국에 관한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했다.

실제 여행기라면 이렇게 과장된 내용을 여과 없이, 자랑하듯 써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란 생각이었다.

실제로 마르코폴로는 중국에서 17여 년간을 살았으며 황제로부터 작위도 수여받는 등 대단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지만 단 한 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즉 지팡구 섬에 대해 두께가 엄청난 황금 기와로 지어진 집들이 즐비하다는 등의 내용으로 가득한 기록을 보고 나서는 그 역사적 사실마저 허구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도 지팡구 섬에 대한 내용은 피식, 실소를 자아내지만 중국이며 인도, 그 외 아시아 지역을 돌아다니며 쓴 내용은 여전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만큼 그 시절의 중국 주변의 실정을 어느 정도는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동방 견문록]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인가?

 

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 어찌 보면 동쪽으로의 항해에 첫발을 내디딘 이가 남긴 동방의 문화와 사회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넘어서는 것이었을 게다.

마르코폴로 시대 사람들은 중국과 유럽의 교류에 있어 진정한 선구자였다.

 

거의 최초로 옛 중국, 즉 키타이와 만자로 불리던 그 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전하는 책을 통해 중국은 전설화되었고 중국의 형상은 사람들의 기억에 새겨졌다.

유럽인들이 갖고 있던 동방에 관한 지식의 백과사전서라고 할 수 있는 [동방 견문록]과 그 이외 카르피니의 [몽고여행기], 맨더빌의[맨더빌 여행기], 루브룩의 [동방여행기]등은 중국의 형상화에 기여한 책들이다.

 

"키타이가 바로 고대 비단이 나는 나라"

 

여행과 기물의 교류는 관념의 변화를 불러왔다.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던 유럽인들의 세계 관념은 확대되었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을 가장 크게 감동시킨 것은 이 세계의 끄트머리에 대 칸이 통치하는 키타이와 만자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르코폴로 여행기]는 서방의 집단기억 속에 '키타이 전설'을 창조했다.

학자의 눈으로 본 마르코폴로의 [동방 견문록]은 그저 허황된 사실만을 나열하는 실속 없는 책이 아니었다.

 

문헌은 하나의 거울이다. 이 거울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형상을 볼 수 있고 또한 서방 문화의 정신적 상징을 볼 수 있다. 양자의 관계는 일종의 무의식의 은유 관계이다. 이들이 중국의 광대한 영토, 풍부한 물산, 도처에 널린 부, 수많은 도시, 종횡으로 연결된 도로를 언급했을 때는 그들 자신이 느끼는 결핍감, 억압과 불만을 표출했고 나아가 자신의 욕망과 선망을 표출했다. -29

 

'중국인이 최초로 쓴 서양의 중국사 비판'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중국의 쩌우닝 교수가 쓴 [중국의 형상 : 서방의 학설과 전설] 총서 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1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키타이의 전설]로, 현실 세계의 여행과 문헌 세계의 여행이란 두 측면에서 몽고의 세기에 서방의 중국 형상이 생성된 과정과 의의를 살펴본다.

유럽인의 세계 관념을 바꾼 '키타이의 전설'

 

마르코폴로는 키타이를 땅이 넓고 물자가 풍부하며, 도시가 번성하고, 정치는 안정되었으며, 성업이 발달하고, 교통이 편리한 나라로 묘사했다. 그는 중국의 형상을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물질화한 것이다.

처음부터 선택적 서술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이 결여된 상인의 눈으로 중국을 보고 들은 바를 기록한 것이 그대로 유럽에 전해지면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이상으로 추구하는 바를 중국에 투영했다.

저자는 지금 현재가 중국문화는 이전에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아가 없었지만 지금은 타인(서방)이 주체가 된 관념의 확장 때문에 자아를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중국관'이 아닌 '중국의 형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지식의 상대성을 기저에 깔고 '담론'과 '타자'의 철학을 충분히 활용하여 이 책을 서술한다.

 

서방의 중국 형상은 서방 문화의 표현이며, 서방 자신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형성된 문화적 '타자'라고 본다. '중국'은 하나의 거울이지만 이 거울은 불투명한 거울이다. 이 거울 속에서 당신은 영원히 중국을 볼 수 없으며 단지 서방 자신의 모습만 볼 수 있을 것이다. -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