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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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땅,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리 [미드나잇 선]

 

모든 것이 끝이다, 생각하는 그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몸 하나 뉘일 곳으로 어디를 선택할까?

자신의 생이 다하는 그 때, 이 세상 가장 끄트머리로 그 몸을 지일질 끌고 들어가고 싶어질까?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다음 월요일이 시작되는데도 일요일의 자정 무렵이면

몸이 땅 속으로 꺼져들어갈 듯이 축 처진다. 별다른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일요일의 존재는 그러한데, 하물며...

인생이 끝장난 것 같은 절망이 자신을 엄습해오고, 마침 뒤에서는 총을 든 누군가가 자신을 바짝 뒤쫓아 오고 있다면...

그 도망자는 어떤 곳을 자신의 몸 뉘일 곳으로 어떤 장소를 점찍을까.

 

한밤중에 버스에서 내려도 희미하게 붉은 태양이 섬을 가로질러 바다로,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곳.

바다 뒤로는 북극인 핀마르크 고원(노르웨이 최북단에 위치한 주). 선의 끝.

권총을 재킷 주머니에 넣은 깡마른 사내 하나가 '코순'이라는 마을에 들어섰다.

부디 숨기에 좋은 장소이길 원하며 사내는  그 곳에서 은신한다.

그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린 사미족 남자하나의 도움으로 교회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계획 없는 계획대로 울프란 가명 뒤에 숨은 그는 뱃사람으로부터 도주하는 중이었다.

뱃사람의 밑에서 마약 빚을 수금하고 때로는 사람 죽이는 일을 했다지만 그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힌 일이 없었는데...딸아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큰 건을 하나 해치워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나약하고 한심한 바보여서...뱃사람을 배신한 부하 구스타보를 처리하는 대신에 그와 돈을 나눠 갖고 뱃사람에게는 거짓보고를 했다.  그는 이제 구스타보 대신 스스로가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뱃사람은 자기가 찾는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죠.-40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멀리서 볼 때 지극히 단조로워 보이던 풍경은 끊임없이 변했다. 초록색과 적갈색 헤더로 뒤덮인 부드러운 갈색 토양은 돌투성이에 여기저기 파인 흔적이 있는 달 표면처럼 변하더니, 내가 도착한 이후로 반쯤 회전한 태양의 빛을 받아 갑자기  불타오르는 듯했다. 마치 부드럽게 경사진 비탈을 타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그 모든 풍경 위로 고아활하고 끝없는 하늘이 펼쳐져 ㅇㅆ었다. 왜 여기서는 하늘이 훨신 넓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왜 여기서는 땅이 둥글게 구부러지는 모습이 보일 것만 같은지 모르겠다. 잠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40

 

다음을 감히 기대하기 어려운 예측불가능한 시간을 흘려보내는 울프와 딱 어울리는 장소, 백야의 땅.

 

 

그러나 그 곳에서 그는 미망인이 된 교회 목사의 딸이자 교회 관리인인 레아와 사랑에 빠진다.

신경쇠약에라도 걸리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을 가끔 찾아오는 순록에 익숙해지고 어린 소년 크누트의 수다에도 적응하게 된다.

자신의 운명조차 한 치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다니.

세상 끝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던 한 사내 앞에 나타난 가엾지만 강인한 여성 레아.

그들의 척박하고 황량한 삶은 사랑으로 인해 환하게 밝혀질 것인가.

정처없이 부유하는 마음을 잡으려 마을의 예언자격인 여자와 하룻밤을 자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엔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당신은 반사된 상을 쏠 거야.'

추적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죽은 순록의 사체를 찢어 부패하기 시작하는 그 살과 가죽 사이에 자신을 욱여넣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토록 생에 대한 미련은 질기기만 한데...

 

도망칠 것인가, 구원받을 것인가, 구원할 것인가?

책 뒤에 새겨진 이 한 줄의 문장이 이들의 운명을 대변한다.

 

오슬로 1970 시리즈 중 하나인 [미드나잇 선]은

막다른 상황에 몰린 뒷골목 거친 남자의 최후를 보여주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이 있어 버텨낼 수 있어!

거친 남자의 인생과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간을 버텨내온 여자의 한숨이 겹쳐지는 그 순간,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랑.

절체절명의 순간에 찾아온 사랑은 안타까운 이별을 고하지 않고 열린 결말을 남기며

희망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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