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체원인 알고보면 우리에게 약이 될까 [일본열도는 왜 후진하는가]
한 때 일본의 가전제품이며 게임제품, 만화상품 등이 우리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다.
일본은 작은 것을 잘 만드는 나라이며 독특한 문화로도 우리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후 이룩한 경제 대국의 이미지 때문에 본격적으로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원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국가 리더십(일본주식회사), 기업의 도전 정식(사무라이 정신), 그리고 사회 문화(일본인의 협동 및 합의 중시 문화) 등을 꼽을 수 있다.
1970-80년대 일본의 '소프트파워'가 퍼져나가면서 사회 문화에 초점을 둔 보겔 교수의 저서 [Japan as No.1] 같은 책이 출판되어
많은 이들이 읽고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열도는 왜 후진하는가]의 저자는 일본 사회의 반 글로벌 문화 부분을 다루는 데 있어 [Japan as No.1]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면서 우리가 일본의 경우에서 배워야 할 점, 경계해야 할 점 등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대부분 직접 겪은 사회, 정치, 문화에 대한 메모와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다양한 사회, 정치, 문화적 현상 그리고
일본인들과의 대화 등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다소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적인 경향으로 몰아가는 편향적인 시각이 보이긴 하지만
현재 일본의 상황을 세심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일본의 글로벌 문화의 원형과 변형, 장기 불황 이후 고착화된 일본 사회의 반 글로벌 문화, 그리고 아베
정권의 반 글로벌 민족주의로의 회귀 등을 다룬다.
2000년대 들어서 경제력이 휘청거리고 있는 일본.
1992년 버블 붕괴 이후 불황의 늪에 빠져 버린 일본은 2012년 아베 노믹스가 탄생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일본 사회 자체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지식인들로부터 "일본은 끝났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지금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에
추월당할 것은 분명하다. 일본 찬양론자인 보겔 교수가 지금의 일본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19
저자는 장기 호황 속에서 꾸준히 이어 내려온 글로벌 마인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본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본다.
산업사회의 왕좌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안주하고 정보화 사회에는 한참 뒤처지고 있는 일본.
14년간 일본을 겪은 저자는 일본의 '반 글로벌 사회 문화'의 흔적을 기술한다.
일본의 '합의형 의사결정'이라는 번듯한 마인드의 뒤편에는 누구든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뿌리깊은 문화가 숨어 있다며 이것이 일본 기업의
경쟁력 추락의 한 원인이라 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할 때 과정과 결과에 상벌 논리가 엄격하게 적용되며 이런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재량권 없는 조직 문화에서는 이노베이션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은 팀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상어급의 선수를 투입하면 상어에 먹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는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종신고용 제도,연공 서열제도에서 빚어진 매너리즘에 빠져 반 글로벌 문화로 역행하고 있다. 상어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활기를 잃고 갇혀 있는 사회, 정체된 사회가 바로 지금의 일본이다.
경제 대국의 이미지가 약화된 일본 사회에는 초조감, 패배주의가 팽배해 있고 이런 사회 문화를 토대로 아베 정권의 민족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 발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이전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일본의 정체원인, 나아가 후진하고 있는 이유를 한 번 짚어보며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속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저자는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젊은 인재의 글로벌화를 부르짖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동일본 대지진 및 원전 사태에서 보여준 일본의 매너리즘 문화는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대학에까지 뿌리깊게 박혀 있다고 했다.
젊은 인재들의 유연한 사고가 펼쳐질 수 있는 대학문화를 만들자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일본의 현재를 거울 삼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사회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