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상상력 - 지나간 백년 다가올 미래
김정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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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안보를 보는 시야를 틔우다 [외교상상력]

 

정치적 이슈들이 빵빵 터지는 시끄러운 상황이 싫어 뉴스를 잘 보거나 듣지 않지만 북한이 핵개발용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는 소식까지 흘려보낼 정도로 꼭꼭 걸어잠그는 정도는 아니다.

가만 있어도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 어찌 피해 갈 도리가 없다.

저절로 흘러들어온 뉴스는 소심한 마음에 스며 걱정거리를 만든다.

민생을 도외시한 여당과 야당의 세력다툼은 날로 뉴스거리를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한층 더 아우성을 치며 '이쪽도 보아달라' 예고없이 강력하게  외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공을 들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되, 역대 정권에서 이것을 대하는 태도가 햇볕 정책이냐 강경 정책이냐에 따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북한이 저렇게 날뛰는 것은 비단 김정은이라는 젊고 오만한 독재자의 취향 탓만은 아닐 터이다.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인데, 편향된 시각의 뉴스가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그 전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의 내부 정치조차 안정되어 있다 말하기 어려운 판국에 북한의 내부사정이 어떻고 저떻다 떠드는 것은 서로 못할 짓이 아닌가 말이다.

우리와 북한의 관계에 있어 암묵적 해법은 '통일'일 것이지만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는 통일이란 멀고도 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

당장 NLL부근에 포격을 쏘아대고 한반도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도발을 일삼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북한을 믿고 '대화'를 하기란 네다섯 살 어린아이를 어른대접해주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통일에 관한 한, 우리와 북한의 관계는 동독과 서독의 관계와 닮은 듯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외교안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외교상상력]은 지나간 백년 다가올 미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결국 우리의 현안인 외교안보와 통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백 년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저자는 역사와 이론이라는 창으로 국제정치를 바라보며 통찰과 영감을 얻으려 한다.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오래 된 지혜인 고전에서 얻으려는 노력도 있어왔다.

지금의 난세와 비견할 수 있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우리나라와 이름이 같은 나라인 약소국 '한'에서 사상을 펼친 <한비자>에게서 국가위기를 극복할 견해를 얻으려는 것이 그것이다.

주변의 강대국에 둘러싸였던 춘추전국시대의 '한'과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등 다자국 사이에서 한껏 웅크려 있는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많이 닮아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우리는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기보다는 대체로 유연한 대처만이 가장 훌륭한 처세가 되는 상황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위기와 이익충돌의 시대에 중국고전에서 지혜를 얻으려는 시도도 괜찮지만 보다 최근의 역사와 이론을 살펴보며 역동적인 상황에 대처하려는 저자의 시도 또한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옛이야기에서 호랑이와 토끼의 대결에서는 항상 영악하고 꾀 많은 토끼가 이겼었다.

한반도의 문제에 있어서는 호랑이의 위풍당당함을 얻기 위해 토끼의 영특함을 얻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대륙을 향해 포효하든, 일본쪽을 향해 포효하든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호랑이의 위세를 떨치려면 어떤 외교적 방안을 모색해야 하나?

 

북한과 우리의 문제는 더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적 상호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가 되어 있다.

한중,한미,한일 관계가 모두 얽혀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장착했다고 해서 우리는 미국과 연계하여 싸드 배치를 의논중이라 한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헤징 전략이라고 한다.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되 한중 우호관계도 최대한 발전시켜 나가는 노선이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과거사 청산의 미비로 인해 앙금이 남아 있는 관계로 역사 문제와 외교안보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아두고 감정이 대립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역사문제와 외교안보 사안은 분리 대응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유사시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넓히는 조치들을 군국주의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일본과의 안보협력은 한일 양자관계 뿐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중국 변수 뿐 아니라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301

 

자칫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이렇게 확실히 정리해주니 찬물을 쏟아부은 듯 확~ 정신이 든다.

정신 차려라! 능수능란한 외교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하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북핵문제, 싸드미사일 배치, 일본의 집안적 자위권 등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도전들은 모두 미, 중, 일 등 역내 국가들의 이해나 역학관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304

 

우리에게 당면한 이슈들을 끄집어 내어 외교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이 책을 읽으니 사이다 한 사발 마신듯 속이 시원해진다.

이 말을 들으면 이렇게, 저 말을 들으면 저렇게...

말을 앞세운 이들의 논리에 끌려들어가기 일쑤였는데, 우리가 놓인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고 우리가 무엇을 향해 가야하는지를 정확히 세우자 주변 상활등이 일시에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앞부분의 지난 역사와 현실주의 이론, 자유주의 이론, 구성주의 이론 등을 서술한 부분은 사실 진짜 '카이스트 미래전략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강의를 대하는 듯 좀 어렵고 따분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서자 꾸벅꾸벅 졸던 학생은 홀연히 사라지고 초롱초롱 똘망한 눈망울을 굴리는 학생이 되어 집중하는 모습으로 돌변한다.

전쟁과 평화가 '사랑과 전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좀 더 거시적이고 큰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은 실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눈 감고 귀 막은 채 살던 나에게 외교안보를 보는 시야를 틔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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