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무엇이든 배달합니다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깜찍한 표지의 깜짝 놀랄 변신입니다 ^^

완전 다른 두 권의 책인 것 같은데요...

오른쪽이 표지를 벗겨낸 속살의 모습입니다.

 

저자인 도쿠나가 케이는 만화가 지망생이었다고 해요.

한국어판 표지와 책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림들이 작가의 솜씨라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나요?

오른쪽 속표지 원 안에 그려진 그림을 자세히 보시죠.

술과 소포 등을 들고 부지런히 배달 중인 배달맨...

 

바로 무엇이든 배달해 주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곤란할 때 믿고 찾는 참마음 배달!

 

주인공의 모습을 저 위의 우스꽝스런 모습만 보고 머릿속에 각인시켜 두시면 안됩니다!

주인공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검은 양복에 흰 드레스셔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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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꽤 들어 보이고 살집이 두둑하며 장아찌를 즐겨 먹는 후사에는 선대 사장에 이어 '작은 사장'인 가타기리 아키라를 보필하고 있다.

가타기리는 검은 양복에 흰 드레스셔츠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잇어 선뜻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긴다.

대학생이지만 도박 때문에 항상 돈이 부족한 마루카와는 급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우연히

가타기리 주류점으로 들어가는데...

 

가타기리 주류점은 본업 외에도 동네 사람들 심부름센터 같은 부업도 겸하고 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손님의 의뢰를 받아들이므로 좀 별난 의뢰가 제법 들어오게 되었다고.

단기 알바 마루카와가 지켜보고 경험한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은 터무니없기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다.

 

 

 

단기 알바 마루카와가 처음으로 접한 기상천외한 의뢰는 유명 아이돌 마나미의 콘서트 때 본인이 직접 만든 케익을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팬들과 삼엄한 경비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어쩌다 보니 마루카와가 경비실에 연금된 사이 가타기리가 마나미의 대기실에 도착하는 형국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크리스마스에 이런 알바를 자청해서 해야 하며...범죄자 취급을 당해야 하며...이 시각에 사장님은 어디에ㅠㅠ

하지만 유명 아이돌 탤런트 마나미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돌아서는 가타기리의 뒷모습은 시크하기만 하다.

웃음기와 멋짐이 공존하는 이 묘한 상황이 첫 번째 이야기라고?

 

두근두근...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단기 알바 마루카와가 쏙 빠지고 가타기리가 주연급으로 우뚝 선다.

마루카와는 마지막 이야기에서 살짝 재회하는 걸로~

 

냉장고를 배달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꼬마로부터 전철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한 공작품을 엄마에게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아버린 가타기리. 단서는 "우리 엄마는 명원에 있어요."와 엄마의 이름뿐.

엄마가 미용원에서 일한다는 건가? 아니야..찾을 수가 없어.

본격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가타기리의 명추리덕에 병원에 있는 아이 엄마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가타기리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엄마의 모습을 확인하고 안타까움을 토해내는데...

병원에서 일하던 여직원의 말을 듣고 가슴이 서늘해지며 위태위태함을 느낀다.

"부럽죠? 기억을 잃는 것도 썩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어요.

컴퓨터도, 사람도 전부 리셋할 수 있으면 좋을 거예요."-115

뭐지? 이 여직원은?

어럽쇼...거기에 반응하는 가타기리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술술 불다니...

회사에 다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후로 가게를 물려받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가게를 물려받은 것은 '생각'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아...가타기리의 과거가 갑자기 무지 궁금해졌다.

얼른얼른 읽어 나가야지.

 

그 이후로도 이혼을 앞둔 남자로부터 신혼여행 기념으로 산 항아리를 오키나와의 바닷가 절벽에 버려달라는 의뢰가 있었고.

 

자신이 당하는 부당한 차별에 악의가 차오른 회사원으로부터

상사에게 '악의'를 배달해달라는 의뢰도 있었다.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으스스하게 의뢰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제는 가타기리를 음울함에 절어 살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질 때도 되었는데...

의뢰인들의 사연만큼이나 궁금한 가타기리의 과거.

 

스스로를 살인자라 일컬으며 꿈속에 아픈 기억을 봉인하고 살아가는 가타기리는

응어리진 마음 속 자책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는 의뢰인들의 의뢰를 풀어가는 동시에 자신이 당면한 고민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 편지를 스무 살의 나에게 배달해주세요."

알파벳 P를 뾰족하게 잡아늘인, 삼각 깃발 같은 형태의 기호는 가타기리에게도

파워 마크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죽을 생각을 하고 마지막으로 가타기리를 찾아왔던 과거 13살의 소녀에게

조언을 건네며 가타기리도 사실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를 꺼내보기로 결심했다.

의뢰인과 배달인 모두 무언가를 직접 헤쳐나갈 용기가 없었지만

가타기리 주류점의 배달이라는 '의식' 을 통해 앞으로 한걸음씩 내디딘다.

 

사연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검은 양복에 하얀 드레스셔츠의 가타기리 이미지는

드라큘라같은 음침한 모습에서

조금씩 조금씩 밝은 곳으로 움직여

레드카펫 위 턱시도를 입고 환히 빛나는 주연배우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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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러분

표지 속 우스운 배달부의 모습으로 가타기리의 이미지를 한정짓지 마시길.

 

그렇다고 슬픔을 미리 상정하고 얼굴 찡그린 채 읽지 마시길.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켠에 번지는 저릿한 슬픔이

나중에는 환한 무지개가 될 테니.

가슴 졸이지 말고 이야기를 즐기시길.

타닥타닥 타는 불에 잘 구운 고구마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스며드는 달콤함, 부드러움.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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