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살아봐"라고 읽고 싶다  [사라바1]

 

빗기운을 머금어 눅눅한 공기. 흐릿한 시야.

이런 날에는 슬픈 책을 읽으면 백발백중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제 읽다 만 [사라바]1권을 끝내고 이제 2권을 읽어야 하는데, 이거, 슬픈 내용은 아니겠지.

1권까지의 내용으로는 마지막에 가서 눈물 흘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고 하는 주인공 아유무의 희한하고도 색다른 성장과정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아유무의 인생은 살 만하고 버틸 만했으니까.

 

'역아'의 형태로 세상에 나왔어도 아유무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석유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부임지였던 이란에서 태어난 아유무는 작은 얼굴, 동그랗고 귀여운 눈, 긴 목에 매끈한 피부 등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유순했기에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늠름한 아버지와 귀엽고 여성스러운 어머니, 그리고 아유무까지는 완벽한 하나의 가족을 이루기에 모자람이 없었지만 누나에 이르러서는 좀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를 닮은 것 같은 누나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외모를 지녔고, 성향 또한 마이너리티 지향이었다.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이란에서 살았을 때는 이 네 명도 무척 행복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란에서 호메이니에 의한 혁명이 일어나자 귀국한 이들은 일본에서 살게 된다. 야다 아주머니가 주인인 공동주택 야다맨션에서 거주하며 이모와 외할머니 등과 교류한다.

어린 시절에도 자주 기행을 일삼아 유모이자 가정부였던 바츨로부터 욕실에 가둬지는 벌을 받기도 했던 누나는 학교에서 삐쩍 마른 외모와 기행 덕분에 '당산나무'로 불린다. 그리고 아유무는 밤이면 누나가 방의 벽을 깎아내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다시 이집트로 부임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준비하던 가족은 누나의 방 벽에 가득 새겨진 '고둥'을 보고 말문이 막힌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고둥은 빙그르르 감긴 껍데기 끝에 꼬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보고 아잔의 소리에 익숙해져 가고 일본인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에도 아유무는 계속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의 관계에 대해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하지만 아유무의 '도피'는 어쩐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데 힘을 쓰기는 커녕, 그저 무시하고 보지 않으려 하는 데에 있는 것만 같다. 이집트에서 보통의, 그렇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친구 야곱을 만든 아유무는 야곱과 자신 사이에만 통하는 인삿말 "사라바"를 만들어냈다.

 

아라비아어인 '맛살라마(안녕)'와 일본어인 '사라바(안녕)'를 조합한 '맛사라바'를 나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지만 야곱은 단순히 '사라바'라고 하는 걸 마음에 들어했다.

실제로 야곱이 말하는 '사라바'는 아름다웠다.

마치 '안녕'이라는 의미가 아닌 말처럼 들렸다. 빛나는 가능성을 내포한 반짝이는 세 글자로 여겨졌다.-257

 

아버지에게 온 한 통의 편지로 집안에 '험악함'이 흐르고 부모님은 급기야 이혼에 이른다.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온 남매는 다시 '야다 맨션'에서 야다 아주머니와 나쓰에 이모에 둘러싸인 생활을 시작한다.

 

이제 인생의 빛나는 시기인 청춘의 문에 들어선 아유무는 자신의 인생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스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입에서 되뇌이면 차분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말, "사라바"

아유무와 야곱의 우정 안에서 생겨난 말 사라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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