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애'도 선택이다 [제 3의 사랑]
[제3의 사랑]은 2015년 송승헌, 유역비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던 걸로 유명하다.
도시 연애소설 [제3의 사랑]이 중국 드라마 [절애]로 제작된 후에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 상영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인공의 얼굴은 상상 속의 얼굴이 아니라 송승헌, 유역비의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게 되었지만 그건 또 나름의 장점을 지닌다.
내 취향에 맞는 인물로 남자 주인공을 상상해 낼 수 없고, 여주인공의 얼굴에 마음대로 내 얼굴을 덧씌울 수 없다는 것이 큰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
예전에 만화방이라는 것이 있었을 때, 19금 칸에 [절애]라는 일본 만화가 꽂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유...낯뜨겁게 이렇게 대놓고
19금이라 적혀 있는 걸 어떻게 꺼내 보지...했지만 제목이 너무나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든 까닭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세트를 꺼내 무작정
읽었다. 그 만화에서 말하는 '절애'란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
짧은 탄식과 긴 여운을 남기고 그 만화는 그렇게 기억 속에 새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제3의 사랑]을 만났는데,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제목이 [절애]라고 했다.
음...제3의 사랑이란 혹시 ...그것?
하지만 안심하시라. 동성애를 다룬 것은 아니었으니.
나는 세상의 모든 낭만적인 사랑이 딱 두 종류일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세상에는 제3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사랑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감동하지만,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며,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491
이제 제3의 사랑의 실체를 눈치채셨는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앞을 똑바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여자 추우.
어느날 그녀의 여동생 추월이 회사 상사에게 버림받았다며 손목을 긋는 자살 시도를 한다.
도대체 자신의 여동생 추월을 이렇게 비참한 상태에 빠뜨린 사람이 누구냐며 불같이 화를 내던 추우는 그 남자, 임계정에게 돌진한다.
치림기업의 본부방 임계정은 말 그대로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 백마탄 왕자였다.
크고 마른 체형에, 단정한 얼굴. 돈 많고 잘생긴 남자의 전형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렸다.
하지만 임계정에게 있어 추월같은 여자는 자신과는 '무관한 사람'일 뿐. 오히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복잡한 회삿일에 매여 있던 그에게
다짜고짜 들이닥친 교통사고같은 여자인 '추우'가 오히려 신선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비극의 씨앗은 바로 여기서 싹트고
있었으니...
여동생이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자기도 모르는 새 끌리고 만 추우는 임계정으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받고 당황한다.
추우가 전남편 좌휘에게 이혼 선언을 하고서도 꿋꿋이 버티던 모습을 허물어버린 장소였던 비행기 안. 추우의 옆자리에 앉아 2시간 내내 울음을
쏟아내는 걸 보았고 심지어 손수건까지 건넸던 남자가 바로 임계정이었던 것이다.
추우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전부터 임계정은 그녀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던 것이다.
가장 안좋은 상황에 맞부딪혔지만 이미 사랑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라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추우는 다가올 10월 국경절에 정략결혼을 앞둔 남자와의 불장난은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리하여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도 이혼녀인 추우에게 매달리는 남자와의 인연을 거부하려 하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끊어낼 수가 없는 모양인지.
끝이 보이는 길을 향해 둘은 달려가고야 만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제3의 사랑에 대한 진한 후회만이 으스스하게 또아리를 틀고 기다리고 있다.
모든 사랑 이야기가 다 이렇게 절절하지는 않은데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하게도 마음이 저리는 부분이 툭툭 튀어나온다.
뻔하고 뻔한 한국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는가 싶었지만 '대륙의 기운'이랄지, 약간은 다른 문화의 차이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준다.
한국드라마에서 흔한 시어머니의 텃세라는 것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것이 그랬고, 약혼녀의 존재로 인해 이루어지는 삼각관계가 사뭇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랬다.
그 외에 중국의 '꽌시' 문화가 아는 인맥을 동원하는 형식으로 나오는 것만이 조금 거슬렸을 뿐, 나머지는 연애 소설의 밀고 당기기가 아주
적절히 구현되어 있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거칠고 냉혹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신만만한 남자로 보이지만 그녀에게 사랑받기 위해 어린 시절의 상처까지 거짓말로 포장했던 여린 남자.
그는 자신의 사랑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까지 실천하고 감추었던 속깊은 남자였다.
자신을 거절하는 그녀를 지켜라도 보기 위해 출근길 그녀가 잘 보이는 커피숍에 먼길을 마다않고 돌아서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던 순애보를 쓸 줄
아는 남자였던 것이다.
연약한 여심은 그 세심함에 무너져 내린다...
서로를 간섭할 자격이 없기에 더더욱 상처주는 말들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연인들.
"미래는 생각하지 말아요. 그건 내가 고민할게요."
이런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 어쩔 수 없이 '절애'를 선택한 그녀에게는 쉬운 선택지들을 두고 어려운 답을 선택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에 한 번은 이런 격정적이고 절절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여.
절애는 선택이지만 '그런 사랑'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깨닫길.
끝으로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홍루몽]의 형식을 연상시키듯 회장체의 본문 구성에 인상 깊은 구절을 제목으로 삼아 나눈 글의 형식이
인상깊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이 세상의 사랑이란 결국 둘 중 하나
이 남자 정말 마약같아
우린 처음부터 그 어떤 교차점도 없었다
나만 보고 따라와요
내 심장이 쿵 하고
사랑, 가끔은 가장 쓸모없는 감정
나를 사랑했던 여자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슬픔이 내 마음을 수몰시켰다
적어도 나한테 먼저 얘기는 해줘요
그는 결국 미안하다고 했다
제목들을 다시 짚어보며 이야기를 되새겨본다.
다시금 심쿵했던 순간들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제3의 사랑에 이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