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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그곳에 사람이 있었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페루라는 곳은 마추픽추의 태곳적 신비함이 살아 있는 곳.

고산지대의 험악함과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녹아 있는 곳.

그리고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이 마냥 사랑스러워 했던 하얀 라마가 살고 있는 곳.

 

어른 남자 셋이서 셀카봉을 들고 신 나게 빙글빙글 돌며 그들만의 추억을 남기던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아서 페루라는 곳이 싱글벙글할 수 있는 곳이구나, 생각했었다.

실제로 가서 그 나라의 기후와 생활을 느껴보지 않으면 그 나라를 속속들이 안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감상했다는 것으로만 그치게 된다.

페루는 그래서 여전히 환상 속의 나라였다.

남미인들의 전통적인 이목구비와 이상하게도 잘 어울리는 페도라같은 모자와 화려한 문양의 스커트, 까만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양옆으로 땋아내린 모습.

그들의 선한 미소가 남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나운서라는 직함보다 여행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손미나가 그 남미의 속살을 보여주려 한다.

<꽃보다 청춘>에서처럼 특유의 설정을 하고서 적은 돈으로 쪼달리며 여행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빡빡한 여행 일정에 하루하루를 끼워넣어야 하는 것도 아닌 자유 여행.

어찌 보면 꽤 럭셔리한 여행이 될지도 모를 이 여행기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나...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서 책을 펼쳤으나 역시...아나운서답게 어디 하나 삐걱거리는 곳 없는 유려한 문장에 몸을 싣자 그녀의 여행은 '나의 여행'화 되어 버렸다.

남미의 풍토병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주사를 한꺼번에 맞아야 했던 준비과정부터 함께 했더니 손미나가 그리워했던 친구 이야조차도 나의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답게 각국의 항공 서비스를 비교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여행가'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하여 기꺼이 26시간의 비행을 감내하며 페루로 그리운 이를 만나러 가는 손미나의 여행에 살짝 기대감을 얹어 보기로 했다.

 

고대 피라미드 우아카 푸크야나 유적지가 한눈에 펼쳐져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야는 손미나의 석사과정 동기였다고 한다. 페루에 살고 있던 이야는 언제고 한 번 페루에 놀러온다면...이라는 약속 아닌 약속을 흘리듯 남겼으니,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때.

 

"네가 페루까지 왔는데 내가 쿠스코와 마추픽추에 같이 가지 못한다면 평생 한이 될 거야. 어떻게든 꼭 갈게."

여행지에서 기대하는 우연한 만남은 손미나의 여행에서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손미나의 여행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뜻밖의 사건을 즐기고 더 나아가서 일부러 만들려고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게 바로 진짜 여행이지...

 

여행의 동행자는 일본인 레이나.

여행을 함께 다니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고 하는 레이나와의 사이에서도 단 한 번, 삐걱거린 일이 있었으니 그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이야와 마추픽추에서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만남도 좋았고

쿠스코에서 만난 운전기사 그레고리와의 운명적인 재회도 페루 여행을 꼭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쿠스코에 꼭 다시 올게요. 그때 우리 만나요, 그레고리. 정말 고마웠어요."-108

 

고산병에 대비한 산소통 룸서비스도 흥미 있었고 나스카 라인 관광의 허무한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쭉 여행기를 읽다 보니 페루의 자연이나 페루의 신비한 유적, 다양한 볼거리가 선사하는 즐거움 외에도 손미나가 만난 "사람"들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겐 낯선 여행지일지 모르지만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인 그곳.

그 곳에 사람이 있었네.

이 하나만 기억하면, 세계 어떤 곳을 여행지로 삼더라도 무조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하나는 건져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페루는 그리하여 기분 좋은, 그리움을 품은 나라로 기억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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