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동양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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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은 말이 없되 다 생각이 있어 [녹색고전-동양편]

 

 

 

 

 

대자연은 말이 없되 다 생각이 있어

언제나 겨울 가면 봄이 온다네.

울긋불긋 온갖 꽃 마련해 두고

우르릉 천둥소리 울리기만 기다린다네.

 

                  -청나라 시인 장유병 <신뢰(新雷)>

 

한 해의 끝자락임을 끊임없이 깨우치는 칼바람이 매섭게 품을 파고든다.

봄, 여름, 가을의 변화무쌍함을 다 체험하고 이제는 다만 온몸을 웅크리며 '견뎌야지' 할 뿐이다.

어디 찬바람만 견딜 뿐인가. 올 한 해 나를 휩쓸고 지나간 많은 일들이 그저 지나가고 잘 마무리되기만을 빌며 세월의 으름장을 견뎌야 한다.

올해는 어디 무사하게 잘 지낼성 싶으냐~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란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세월의 말들은 결코 상냥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것도 다 자연의 섭리. 물질의 순환.

 

우주로 보면 우리는 하나의 미세한 점에 불과하고 오랜 시간의 역사로 보면 수억겁 중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크고 넓고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만든 사람들에게 쓴소리 대신 너그러운 지혜의 말들로 마음을 녹여주는 글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즈음에 현실의 고단함과 복잡한 삶을 질타하는 매서운 글 대신 한없이 아량을 베푸는 듯한 통섭의 글을 대하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다.

무얼 그리 아둥바둥 잡고 살려고 하나...

그냥 내려놓으시게.

자연을 벗삼으시게.

 

 

환경 위기 시대에 '녹색 문학'을 꿈꾸는 저자의 글은 설교나 강론의 형식을 빌려 동양 고전 중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을 인용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동양 고전의 글들을 환경문제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거니와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동시에 동양 고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이 더욱 큰 소득이었지 않나 싶다.

 

산림 훼손, 늘어만 가는 공해로 인해 제 2, 제 3의 지구가 필요한지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광활한 우주 속 백조자리 어딘가에서 지구의 '쌍둥이별' 케플러-4526을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지구를 버릴 때가 아니다.

'인터스텔라'를 꿈꾸기 이전에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지구를 더욱 아끼고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동양 고전에서 길어 올린 명문장들이 알고 보면 우리네 마음가짐을 바로하라, 더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뜻임을 알고 보면 그 뜻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노자 [도덕경]의 유명한 구절 '상선약수'조차도 생태주의의 관점에서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롭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니 물의 이러한 미덕을 따르고 한 방울이라도 물을 아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우리의 환경 위기나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기록한 [논어] <술이편>

공자께서는 낚시질은 하시면서도 그물을 쓰지 않으시고, 화살로 나는 새는 쏘셔도 나뭇가지에 앉아 잠자는 새는 쏘지 않으셨다.

 

공자의 성인된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슬쩍 지나갔던 부분인데도 생태주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모양이다.

그동안 공자가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올려좋는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를 지녔다며 오해한 이들에게, 저자는 자연을 대하는 공자의 생태주의가 드러난 부분이라며 한 번 음미해 볼 것을 권한다.

공자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에 결코 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말이다.

 

술을 너무 마시는 남편에게 술을 끊으라고 울며 애원한 아내가 있었다.

남편은 "내 스스로 끊을 수 없어 귀신에게 빌고 맹세해야 하니 술과 고기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주덕송>을 지은 유령이다. 술의 덕목을 치하하는 명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주덕송>은 환경 위기와 생태계 위기를 가슴에 겪고 있는 오늘날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해와 달을 창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집안의 뜰로 삼는다...

집 한 채 얻으려고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유령의 삶의 방식은 그야말로 쇼킹한 것이 아닐까.

"나는 천지를 집으로 삼고, 집과 방을 옷으로 여기네, 그대들은 어찌하여 내 옷 속에 들어와 있는가?" 라며 집에서 옷을 벗고 자유스럽게 지내는 유령의 자유분방함이란...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어리석은 세상이여

마른 모기 마른 빈대

마른 어린아이들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에서는 "마른"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사회 생태학적 이야기로 발전시켜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에 대비시켜 보면 불합리한 세계질서에다 대고

"이 어리석은 세상이여!" 하고 부르짖고 싶어진다.

 

 

우주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고 자연이며 함께 생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동양 고전을 그냥 글줄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할 지혜로 내놓은 점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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