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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 - 조선의 왕실 복식
이민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2월
평점 :
조선왕실, 로열 패밀리의 의복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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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진, 선, 미에 대한 탐구의 마음이 인간 본성에 내재한 것은 당연지사.
그 중에서도 "미"에 대한 추구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파괴적인 동기를 지닌다.
이 책을 받아들고 아름다운 표지와 묵직한 책의 무게에 감동받았다.
한쪽 귀퉁이라도 이지러질까봐 살짝 책장을 떠받들듯 넘겨 구성과 내용의 대략을
살폈다.
영화 [상의원]의 영향 탓인지, 좀 더 대중적인 내용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조선 왕실복식에 대한 논문 수준의 정교한 구성이 일단 눈에 띄었다.
역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함부로 지은 책이 아님을 한순간에 간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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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같이 죽죽 둘러쳐진 목차는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조선 왕실 복식 연구에 매진한 학자의 피땀어린 정성이 한 땀 한 땀 실려 있는 듯 하여
그 목록 앞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1부. 로열 패밀리를 위한 옷
2부. 용을 그린 왕의 복식
3부. 봉황을 수놓은 왕비의 복식
4부. 왕실복식을 책임진 기구
일반인들도 충분히 일독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짜임새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만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왕실복식을 직접 입고, 만들고, 공급하는 기관과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왕실복식이
완성되는 과정을 입체적,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에 앞서
영화 [상의원]을 먼저 본 것이 도움이 되었으려나.
감히 왕실 복식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 저자의 노고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허구로 지어올려진 영화 [상의원] 속 어침장과 기생의 옷을 짓던 이공진이
옷에 대해 보인 놀라운 열정과 집중력이 돋보이면서
실제 "상의원"이라는 곳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어침장이라는 역할에 뿌듯함을 느끼던 조돌석은
세간의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는 천재 사내 이공진에게 묘한 질투를 느낀다.
하루만에 면복을 지어내고 왕의 칭찬도 한몸에 얻었으니 오랜 세월
왕의 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지켜왔던 어침장으로서는 그럴 만도 하다.
그리하여 가시돋힌 한 마디를 먼저 날리는데..
"면복이 무엇인지는 아는가?"
답을 못할 줄 알았던 이공진의 입에서
놀라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면복이라 하면, 규,면, 의, 상, 대대, 중단, 패, 수, 방심곡령, 폐슬, 말, 석의
순서로 되어 있으며..."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않게 줄줄 면복에 대한 지식이 이어진 것이다.
영화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이 하나의 대사를 위해
시나리오 작가는 아마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를 읽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의원이란 특수한 곳을 영화 제목으로 내세우려면 그에 대한 사전조사가 얼마나 치밀해야
하겠는가.
일반인이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곳인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공감대도
형성하려면
영화 속 세세한 장면들에 대한 고증이 얼마나 철저해야 하겠는가.
저자와 같은 연구자, 저술가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영화관에서 혹은 안방에서
영화, 드라마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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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저 화려한 눈요깃 거리 정도로 여겨지는 복식이라도
겉모습만 대충 꾸며서는 절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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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비는 이런 순서로 옷을 입었다고 한다.
많은 옷과 부속물을 착용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면복을 입을 때 특히
의와 상을 입을 때 의가 상을 덮어서는 안 된다. -82
면복의 착장 순서-
발에서부터 어떤 순서로 착용했는지 확인해보자. 먼저 적석과 적말이 보인다. 그 위로 청색의
중단과 훈상이 차례로 보이며 그 위로 다시 현의가 있고 그 위를 훈색의 폐슬이 덮고 있다. 그러므로 현의 밑으로 훈상이 보이고 있어 상에 현의를
입고 하에 훈상을 입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84
왕실복식에 대한 이야기라면,
왕과 왕비 등 이른바 로열패밀리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저자는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왕실복식을 누가, 어떤 기관이 담당했을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복식을 입는 사람, 만드는 사람, 공급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선의 왕실복식을 밝혀 낸
책이
바로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 이다.
'조선의 왕실복식'을 논하되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라는 좀 더 부드럽고 현대적인 이미지에 걸맞는 제목을 차용한
것이 의도한 바는
아마, 많은 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서일 것이다.
이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수많은 참고문헌과 많은 이들의 연구저작들이 참고가
되었겠지만
이 책은 그것들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상의원]의 히트와 더불어
대중적으로도 많이 어필해서 일반인에게까지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