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독서와 학문 장서각 한국사(조선사) 강의 3
정재훈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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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리더십의 근원 [영조의 독서와 학문]

 

근자에 들어 사극의 다양한 해석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근엄한 표정으로 왕좌에 앉아 천하를 호령하는 "왕"의 이미지가 사뭇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반갑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라는 말은 신하들의 고정 레퍼토리로서 왕에게 납작 엎드린 채 조아려 고하는 신하들의 모습은 왕의 권위적인 모습을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왕의 웃음도, 식탐도, 사랑도 상상 가능한 시절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영화 같은 시각적 영상을 통해서 보여지는 왕들의 이미지가 다양화되었다는 말이지, 실상 왕들의 "진짜" 모습은 그 누가 특정지어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왕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역사적 사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들이 "상상 이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멋있는 목소리를 입히고 찬란한 외모를 더하고 늠름한 태도를 덧입혀 만들어낸 왕이 진짜일 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짜 왕의 모습을 어디에서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을까?

물론 세계 유래 없는 꼼꼼한 기록을 남긴 조상들 덕택에 우리는 "실록"이나 [승정원일기]라는 위대한 유산 안에서 왕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 오던 "꾸며진" 왕 말고, 웃음기 싹 거둔 "정색" "영조"를 [영조의 독서와 학문]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종에 버금가는 성군이며 조선후기를 빛낸 임금으로 영조와 정조를 꼽을 수 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장수한 임금이며 가장 오래 재위한 임금 영조는 검소하고 눈물 많고 인간적이며 백성의 삶을 잘 헤아린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영조는 다소 예민한 성격의 임금으로 그려진다.

무수리 숙빈 최씨의 소생이었던 영조는 출신에 대한 컴플렉스 더하기 이복형 경종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숙종의 총애와 노론의 역할 덕택에 왕위에 오르게 되었으나 숙종처럼 강력한 왕이 되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열망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영조의 독서와 학문에 대해 고찰하면서 영조의 사상, 대민관, 정책의 기초와 지향 등을 살핀다.

기존 정치 연구에서 영조의 탕평을 주로 연구했던 것과 달리 근원적인 측면에서 영조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제공한다.

조선후기를 전성기로 이끌고 탕평정치를 구현하였으며 정조와 함께 조선시대 최대의 문화를 만든 영조의 면모는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것인가?

 

세제 시절부터 [소학], [강목]등을 공부하고 열심히 학습한 영조는 왕위에 오른 뒤 경연을 통해 본격적으로 독서를 했다. 경연을 학문 탐구의 자리로만 활용하지 않고 신하들이 골라주는 책이 아닌, 자신의 뜻에 맞는 책을 골라 진강함으로써 제도 개혁의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려고 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책자인 [어제자성편]이나 [어제심감] 등도 경연에서 진강하면서 국왕 주도로 학문을 전파하기까지 했다니 영조의 학문적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즉위 20년 뒤부터 어제서를 본격적으로 간행하기도 한 영조가 생각한 치국의 방향은 대체로 역대 선왕들을 모범으로 삼거나 나아가서 요순의 이상정치를 실현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그대로 정조에게 이어졌다. 독서와 학문이 뒷받침 되어 탕평책이 이루어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성리학이 조선 후기, 18세기의 가장 일반적인 원칙이었던 시기, 독서와 학문을 통해 최고의 성취를 이룩했던 영조가  조선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법으로 탕평책을 제시했을 때 사림들은 탐탁지 않아했지만 성리학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했던 영조의 주장을 거부할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원칙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해 최고의 지식과 안목을 가진 인물이 영조와 같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라는 질문을 작가는 던진다.

200여 년전 성공했던 영조의 리더십을 오늘날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작가는 당부한다.

예와 지금의 겉모습은 변했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은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만 같다.

영조의 독서와 학문에 대응할 만한 오늘날의 가치는 아마도 창의성이 아닐까?

새로운 인간형이 제시할 리더십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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