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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옛상인의 지혜 ㅣ 인간사랑 중국사 5
리샤오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5월
평점 :
중국 상업 문화의 근원을 살피다 [商賈智慧-중국 옛 상인의 지혜]

200년 전 쯤, '청나라'는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였을 것이라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2015년 현재 시점에서 중국 경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이제 거의 200년 만에 세계 1위 경제국의 지위를
되찾아 온느 중이다. 제조업에서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앞서는 세계 최대의 강국이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국가다.
소비 시장의 규모도 크다. 그러나 양적 성장의 빛나는 모습 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도 보인다. 저질 식용유, 멜라민이 함유된 우유,공업용
색소가 든 오리알 등 식품 안전 사고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 보는 이들은 "중국은 어쩔 수 없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규모로 세계를 제패하던 중국이 질적인 측면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어떤 이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이해한다. 이 책이 저자 또한 오늘날
중국이 식품 안전 문제를 포함하여 시장의 수많은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시장의 경쟁 체제가 아직은 건전하지 못하고 법률 제도도 완전하지 못하며 소비자도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데다 경영자의 천박한 도덕적 수준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저자는 상도덕을 높이며 신용과 자율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자기에게 배우기,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기, 옛사람에게서 배우기를 들며, 그 중 세
번째인 옛 사람에게서 배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은 수많은 전적 즉, 고전 속에서 지혜를 끄집어내곤 하는데, 저자는 그 중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뽑아 상도를
논한다.
사마천의 [사기] 맨 앞에 나오는 <백이열전>이 순결하고 고고한 정신을 옹호하는 것인 반면, <화식열전>은 물질주의를
긍정한다. '먹고 사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신과 물질 둘 다의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인간은 누구나 물질에
지배된다."
저자는 바로 이 <화식열전>에 나온 인물들에 대해 고찰하면서 짤막하게 남긴 사마천의 글에 고사를 보태고 살을 덧붙여 오늘날 부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상도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금문에서 상商
자는 어떤 사람이 '붕'을 가득 메고 뱃머리에 서 있고 그 곁에는 또 한 사람이 배를 젓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돈을 가지고 온 세상을
골골샅샅 돌아다니며 오가는 것이 바로 장사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겠는가?-100
'붕'朋과 '우'友는
원래 돈으로써 물건을 사고판다는 원시적인 뜻에서 출발하여 뒷날 좋은 동반자라는 새로운 뜻으로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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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접견을 받으며 표창까지 받은 과부 청은 몇 대나 이어온 가업이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기업을 날로
번영시켰다.
전국 시대의 대상인 백규는 '다른 사람이 버리면 나는
거두어들이고 다른 사람이 취하면 나는 준다'는 비결로 역발상의 대가인 워렌 버핏보다 앞선 경영 비결을 이야기했다.
한나라 무제 때의 복식은 애국심, 인의의 마음을 가졌으며
존경할 만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 자신의 재물의 절반을 헌납함으로써 모범을 보였다.
또한 돈벌이에 가장 뛰어난 황제인 한무제의 지지를 얻은 이재의 고수 상홍양은 관아에서 상공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서는 또한 중국 역사에서 다른 방면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의 '상도'에 대한 비범한 재능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놀라움을 안겨 준다.
주나라 건국에 뛰어난 기여를 했던 강태공의 '낚시' 이야기는
자기의 총명과 재지를 팔아넘기려는 인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를 날린 뒤에 자기를 사줄 사람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우정의 대명사격으로 자주 거론되곤 하는 '관중과 포숙아'의
다정한 교제가 '관포지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상인이 서로 이해하고 서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월왕 구천이 승리하며 치욕을 씻는 데 도움을 준 범려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자기의 성과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꾸었다. 백지상태로 바닷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통과 어려움을 겪은 범려는
<계연지책>이라는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운용하여 결국 부자가 되었다. 가물 때는 배를 준비하고 큰물이 날 때는 수레를 준비한다,
값이 오를 때는 똥 버리듯이 내다 팔고, 값이 내릴 때는 금은주옥 취하듯이 사들여라,상품의 질은 완전하게 보존하고, 돈은 수중에 잡고 있지
말고, 가격이 오른 상품을 보물 취급하듯 쥐고 있지 말라.는 것이 계연지책의 주요 내용이다.
범려가 아들을 교육시킨 이야기에는 나아감과 물러섬, 그리고 적당한 정도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가 담겨 있어 '삼대를 넘어가는 부'를 실현한
비결이라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고금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로 여겨지는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이야기가 여기에서는 상업과 결부된다.
상업으로 큰 성과를 이룬 집안의 후계자 탁왕손이 상업 경험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뛰어난 상업적 수단을 가진 이(사마상여)에게 철저하게
당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각색된다.
사마천이 <화식열전>을 쓴 목적은 이들의 일을 후세에 전하여 뒷사람들이 거울로 삼으며 깨우침을 얻도록 하는 데 있다고 했다.
갑골문 중 커다란 조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작은 사람의 모습에서 부를 중시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가 물질 앞에 작아지는 모습이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사마천이 부를 추구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 했듯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소망일
것이나, 고전을 통해서 성공과 부에 대한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저자가 재미있게 풀어내는 <화식열전> 속 인물들에 푹 빠져 있었다.
중국 상업 문화의 근원을 살피며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상도를 전해준 저자가 바라는 대로, 중국이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까지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우리 나라의 현실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전 속 깊은 지혜를 읽고 깊이 체득하여 뼈와 살이 되고, 땡그랑 땡그랑 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