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와의 대화 - 하버드 의대교수 앨런 로퍼의
앨런 로퍼 & 브라이언 버렐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픈 뇌를 이해하는 생생한 현장 보고[두뇌와의 대화]

 

로봇 청소기가 사람이 없는 집안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집안을 청소하고 인공지능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마쳐 주며 집 밖에서도 개인 휴대폰으로 보일러와 연결하여 집의 온도를 맞춰놓는 게 가능한 세상이다.

약한 인공지능들이 인간 대신 활동하면서 인간은 편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전망에 따르면 30년 내에 사물인터넷이 보급되면 인간은 점점 할 일이 없어지고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똑같이 그런 환경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우려 또한 몇몇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이미 피력된 바 있다.)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면 미래에는 인간의 직업 중 대부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코 기계 또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조사를 통하여 얻은 결론에 의하면 예술가, 작가, 심리치료사 등 의 직업은 여전히 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인간의 뇌와 관련된 영역은 로봇이나 기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봇이나 기계가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상상력" 부분이다.

 또한 쉽게 파헤쳐지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몸의 어떤 부분처럼 절개하여 열어보아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바로 그 부분의 미스터리 때문에 인간은 계속해서 만물의 영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바로 그 인간의 뇌가 아플 경우, 우리는 어디에 의존하는가?

신경과 전문의 즉 뇌신경과학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이미 올리버 삭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이 분야를 다루는 의사의 애환과 고충, 다양한 증상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두뇌와의 대화] 저자들은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명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에서는 까칠하지만 진단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인 의사가 나온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하우스만큼 까칠하지는 않으며 더할나위 없는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불어 차분한 관찰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히스테리', '심신증', '가성발작'은 유행이 지난 용어다. (...)사람들은 이들 단어를 '미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히스테리 대신 '전환장애', '심신증' 대신 '기능적인, '가성발작' 대신 'P-NES(피네스,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페니스'와 발음이 비슷하다)'라고 쓰인다. 이것이 이제 기술 용어다. 이것은 매우 짓궂은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 또는 전혀 센스가 없는 사람이 만들었다. -135

 

의학분야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우아하다는 신경학. 신경학은 의학 중에서도 개개의 환자 사례에 따라 살피고 진단을 내리는 노력이 가치를 더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신념을 가진 이들은 증상과 신호를 환자와 신경계 구조라는 더 넓은 틀 안에서 결합하고자 한다. 손목 터널 증후군에서부터 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우에서 테스트는 단지 확인하려는 것일 뿐, 이들은 환자 사례와 함께 한 번에 하나씩 기술이 발전해 나간다고 애기한다.

 

혼란에 빠진 볼링장 관리인,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우익수, 갑자기 정신병 환자가 된 대학생, 빙글빙글 돌며 로터리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판매원, 똑같은 플레이만 계속하는 대학 풋볼팀 쿼터백, 정신 장애자를 돕다가 새끼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한 사회복지사, 새로 태어난 딸의 기저귀에서 벨크로 부분을 잡지 못하는 전직 운동 선수, 얼음에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아일랜드 사람...-2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하듯이, 아침 식사 전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하면 도움이 되는 곳에서 환자들을 대하며 구멍에 빠진 그들을 다시 꺼내주는 일을 해내는 그들의 현장 보고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다.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뇌 자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스스로의 동기 부여가 되어 주었다는 이들의 말에서 진짜 의사의 마음가짐을 얻어 들은 기분이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뇌에 한발짝 다가가는 연구를 하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 준  이 이야기들은 대체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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