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아스포라 북한이탈주민 AKS 사회총서 5
김복수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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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의 현실과 마주하다 [21세기 디아스포라 북한이탈주민]

 

 

 

자고 일어나면 매일같이 들여다 보는 거울.

내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주어서 들여다 보기 싫어질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머리도 빗어야 하고 뾰루지도 짜야 하고 눈곱도 떼야 하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면 나 자신의 외모 뿐 아니라 내 마음 상태도 알 수 있다.

무심히 스윽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나 자신을 고스란히 비추어내는 거울은 그래서 '자아탐구'의 용도로 많이 쓰인다.

 

나 자신을 알고 싶을 때는 거울을 보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알고 싶을 때에는 '미디어'를 이용한다.

뉴스만 틀어도 지난밤 있었던 사건 사고가 촤르륵 정리되어 브리핑 되고 중요이슈들은 혹시나 못 들은 사람이 없게 아침, 점심, 저녁 떠들어 대는 통에 당일 아니면 하루 이틀 뒤에라도 내 귀에 들어온다.

일부러 산골에 들어가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얻어듣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단절된 북한의 소식은 어떻게 알까?

이것 또한 요즘 들어 다양해진 북한 관련 미디어의 홍수 속에 귀를 닫고 있어도 절로 흘러들어오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 듣거나 보지 않으면 자세히 알기 어렵다.

특히나 남한과 북한의 경직된 분위기가 우세할 때에는 "진실"이란 것이 살짝 자취를 감출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얼굴이 궁금할 때에는 거울을 보면 되지만 북한이 궁금할 때에는 너무나도 잘 발달된 인터넷이나 SNS도 완전 투명한 "거울"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

이 책의 말미에 쓰인 것처럼

"북한의 급변사태와 대량탈북난민사태 등과 관련한 정부의 대비책에 대한 대다수의 자료들이 비밀문서로 분류되어 공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 문건에 대한 구체적인 실증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태생적 한계-398"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북한에서 내보내는 한껏 고양된 어조의 아나운서가 또박또박 읽어내는 뉴스는 들을 때마다 "웃긴다"는 생각에 그저 흘려듣기 마련이고, <이제 만나러 @@@> 같은 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을 주인공으로 하여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연출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북한 주민의 현실을 담는 대신, 북한이탈주민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여전히 어린 시절의 "반공교육"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북한주민에 대한 거부감을 채우고 사는 나같은 일반인에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남한사람들의 편견과 이중적 태도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교육에 적응하는 최대 난점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지적했을 때, 속으로 많이 뜨끔했었다.

거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과 같은 수준이 아닌가..

나와 같은 사람인데 "다름"을 인정하며 다가가려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홱 돌려버린 것이 아닌가...

 

이런 거부감과 편견 때문에 이제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이 아닌 중국, 혹은 데 3국으로 흩어져 나아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탈북 현상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부터 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중국, 러시아 국경을 넘어 생필품을 구해 다시 귀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중국에 장기체류하면서 불법취업자 신분으로 살기도 하고, 몽골,태국, 베트남 등을 거쳐 남한이나 제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이 망명을 공식 허용한 이후 전세계 각국으로의 이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49

 

21세기 글로벌 디아스포라의 문제로 북한이탈주민의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뿌옇던 "거울"의 한 쪽을 말끔히 닦아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와 하나의 핏줄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분단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일 뿐인데, 그들을 제 3국의 낯선 사람 대하듯 해서야 되겠는가.

고국을 떠나 남한으로 발길을 향하는 이들에 대한 대처도 미비한 마당에 전 세계에 퍼져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까지 어떻게 끌어안느냐 하지만...

이제 이렇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민족통합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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