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음모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고 말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제목을 보고
그 제목 바로 밑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검은 색의 덩어리는 곧바로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모자로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던 닉슨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연설을 한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우리의 상식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추론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러한 추론은 우리의 무의식적 프레임에서 나온다.
또한 언어를 통해서도 프레임을 인식하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프레임은 자주 활성화될수록 더 강해진다.
이 사실을 정치 담론에 적용시키면?
보수와 진보로 뚜렷이 나뉘는 미국 정치에 언어학을 적용시킨 작가는 진보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의견을 펼친다.
진보주의자들이 보수 세력의 언어와 그 언어가 활성화하는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를 써서 '우리'의
신념을 말해야 한다고 한다.
프레임을 재구성하자는 말은 개념을 조작하자는 말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오염을 가중하는 법안을 일컬어 '깨끗한 하늘 법안'이라고 하는 것은 조작적인 프레임이다. 대중들이 대기 오염을 가중하는 입법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반대의 뜻을 지닌 프레임을 암시하는 이름을 갖다붙인 것이므로 순수한 조작이다.
진보는 자신의 신념을 프레임을 사용하여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프레임 재구성은 정직성과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어서 여론 조작이나 속임수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깊은
신념과 이해를 의식으로 불러내는 것이므로, 우리는 진정한 신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신념을 이해했다면 그 다음은 행동하는 것이 남았다.
정치의 인지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말할 수 있다면, 지금 벌어지는 일을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바꿀 수 있다.
평소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그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은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말한다는 손석희의 말은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 본다.
바람이 약해지면 소용돌이는 마티니를 네 잔째 마시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이번 경우에는 극소용돌이 거의 전체가
남쪽으로 곤두박질했다...-89
위와 같이 대중을 호도하는 부적절한 은유를 남발하는 기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그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셰일 가스 시추나 교육
사유화나 노조 쇠퇴 같은 다른 유기적 인과관계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10주년 기념 개정판인 이 책은 프레임을 어떻게 짜고 어떻게 활성화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민주당이 다시 프레임 전쟁에서 지게 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밝히고 있다.
얼핏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피터지게 싸우는 전쟁터에서 매일을 보내는 정치가들에게 유용한 책일 것 같지만 이 프레임의 음모를 밝히는 글은
현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떤 대화의 장에서든지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세우면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 휘말려들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