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만약에" 가 빚어내는 인생 [허즈번드 시크릿]

 

 

시작은 평범했다.

고수 사오기, 이사벨 머리 자르기, 화요일에 에스터가 언어장애 치료를 받는 동안 발레 학원에서 폴리를 데리고 있어줄 사람 구하기, 등의 자질구레한 일을 머릿속에 넣고 사는 세실리아. 그녀는 그저 세 딸을 둔 학부모에 진공 포장 용기를 판매하는 타파웨어 사에서 시간제 근무로 일하는 판매원일 뿐이었다. 참, 그녀의 곁에는 끊임없이 물건을 잃어버리고, 지각을 밥 먹듯이 하지만 언제나 가족을 알뜰하게 보살피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전형적인 가장인 남편 존 폴 도 있었지.

하지만 어느날 다락에서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라고 쓰여진 편지를 발견한 뒤, 아니 그것을 읽은 뒤, 그녀의 일상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남편은 정말 엄청난 "비밀"을 그 편지에 고백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테스는 친 자매보다 가까운 사촌 펠리시티가 자신의 남편 윌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막 전해들은 참이다.

코끼리만큼 뚱뚱했지만 '얼굴은 예쁜 뚱보'였던 펠리시티가 자존감을 잃고 있을 때 용기를 준 것은 테스였다. 그런데 6개월 전에 갑자기 40킬로그램을 뺀 뒤에 엄청난 미인으로 거듭난 뒤 가장 처음 한 일이 자기 남편 윌과의 스캔들을 터뜨리는 것이었다니.

멜버른에 살던 테스는 시드니의 친정으로 아들 리엄을 데리고 돌아간다.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낼 생각이었다.

시드니로 돌아온 테스는 바람핀 남편에게 대항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과거에 한때 사귀었던 남자이자 현재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의 체육 선생님인 코너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존 폴, 세실리아, 테스는 알고 보니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복잡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찬찬히 살펴보면 이 초등학교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서 현재 비서일을 하고 있는 레이첼은 아픈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이다.

딸 자니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인 열 여덟 살에서 시간이 멈추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니는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고 그 옆에는 어떤 증거도 되어주지 못하는 묵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니 크롤리가 살아 있었다면 여행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춤을 추고, 요리를 하고, 울고, 웃고, 텔레비전을 많이 보고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99

 

레이첼은 아직까지도 자기 딸의 살해범을 잡지 못했지만 딸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테잎에서 코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를 범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테잎은 증거가 되지 못했다. 진작에 살인범을 잡을 수 있었더라면 레이첼이 엉뚱하게 코너를 향해 적의를 불태우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하여 코너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차를 들이밀었다가 세실리아와 존 폴의 어린 딸 폴리를 다치게 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인생은 무나 두부 자르듯 딱딱 네모지게 떨어지지 않는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변수들이 있게 마련이고 "만약에..."라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들기도 한다.

다소 어지럽게 보이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일상을 털어놓는 가운데 그들을 연결한 보이지 않는 끈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전반부에서 빵 터진 남편의 비밀을 품은 세실리아가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술술 이야기는 이어져나간다.

 

만약에 이 비밀이 새어나오지 않고 그 자리에 꽁꽁 숨어 있었더라면...

 

하지만 기어이 상자 속에서 나오고 만 비밀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엮이게 만들면서 때로는 속시원하게 뭔가를 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더 꼬이게도 만들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얽힌 실타래가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정리되면서 지금껏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의 인과관계가 드러나게 되지만

역시나 이 소설의 묘미는 마지막에 있다고 보아야겠다.

전반부에 터진 남편의 비밀은 그저 "서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비밀을 움켜쥔 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혼란한 마음 상태.

세실리아의 왔다갔다 하는 마음은 '만약, 내가 남편의 이런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행동할까?"를 한 번 시뮬레이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만약에~"의 향연들은 정답이 없는 이 인생에서 회피하려고만 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해준다.

사소한 행동들이 훗날 커다란 사건의 발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만약에" 들은 비밀을 만들어야 할지,만들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그저 판도라에게 물어보자. -536

 

영원히 비밀로 남겨두었을 때와 밝혔을 때. 두 가지 상황의 인생극장을 맛보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의 반전은 추리소설이 아니었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반전이 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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