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누구인가, 다음은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또 다시 멍해진다.

 

산다는 건..그런 게 아닌가?

"그냥" 자연스레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하루도 보내고 저런 하루도 보내며 매일매일을 이어간다.

나의 매일매일이 이어져서 나만의 역사가 된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는 나만의 역사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문학에서 관심을 두는 세 가지 질문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세 가지 질문은 첫 번째가 나는 누구인가?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고, 마지막이 죽음이란 무엇인가?이다.

나 혼자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은 단조롭고 단순하다.

내가 둘러쳐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정답을 모색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든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찾아내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석학들이 이 인문학적 질문에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에게 12개의 등불을 기꺼이 밝혀주었다.

시인, 철학과 교수, 사회운동가, 행복마을 이사장, 문학평론가, 명상프로그램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지혜는 어두운 길을 더듬으며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지팡이가 되어준다.

 

한자리에서 12명의 말을 얻어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행운이려니와 해답을 얻는 과정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또다른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중요한 것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산다고 말한 나를 확 꼬집고 비틀어 깨우는 말이다.

'어떤 것이 훌륭하게 사는 것이냐' 라는 질문을 낳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다양한 조언들이 들어 있는데 어떤 이는 "함께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징비록>을 거울 삼아 우리 내부를 통합하고 그 통합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량을 키우라고 말한다.

잘 살려면 책을 읽는 것이 좋고 특히 시를 읽으면 말귀가 밝아지고 관용이 생긴다고 한다.

소월이 쓰다 만 것을 쓰고, 윤동주와 이상 등 요절한 많은 시인들과 작가들이 살다 만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인이 되었다는 고은 선생은 세월호를 거울삼아 필연적인 결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필연보다 우연의 황홀경을 내 시의 행방에서 체험합니다."-157

뭔지 모르지만 꽤 멋있어서 당장 시를 몇 수 읽어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되겠다거나 나는 누구여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우리는 무엇이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너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거나 행복하려면 먼저 이것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게 됩니다. 그냥 그래야 하는 것인 줄 알고 살다가 문득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본 순간, 지금까지의 인생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세상에 절대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131

 

이상은 시와 타자의 목소리를 이야기한 황현산 선생의 말씀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가슴 속 답답하게 꽉 막혀 있던 뭔가가 툭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아~ 시원하다."

그래, 바로 이런 위무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누구와 비교하며, 비교당하며 사는 것에 시달리던 내 인생은, 아마도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시적자유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뭔가를 읊조리는 시인의 내면세계와 같이 억압하는 바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여러 석학들의 견해를 듣다 보니, "그냥"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이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맙게도 구체적인 목록으로 제시해준 분도 계셨다.

준비하는 삶, 실행하는 삶, 주인공이 되는 삶,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삶, 마지막 만남을 소중히 하는 삶.

 

매일 아침 똑같은 태양을 마주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그날 하루가 "그냥" 그 날이 아닐 수 있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았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순서다.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되는 그 날까지 나만의 해답을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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