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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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가 전하는 마술 언어 [그림형제 동화전집]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동화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우리 전래동화든 서양 명작동화든 어린 시절 아이들이 읽게 마련인 동화들에는 어떤 힘이 숨어 있기에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순화되고 저절로 미소를 띠게 될까?

이야기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누구든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잊고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나 동화 속 이야기는 왕자나 공주 등 모두가 우러러 볼 만한 처지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언제나 행복한 삶을 구가하지는 않는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나가는 사람만이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대비시켜 놓고 보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교훈적 역할을 하는 "교재"로서 동화를 읽어왔다.

하지만 오직 권선징악을 전달하는 도구나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만이 동화의 효용일까? 

동화를 읽으며 또다른 문제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증폭시켜 새로운 동화읽기를 할 수는 없을까?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아름답게 포장되고 치장된 동화만을 읽는다면, 동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릴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길로만 걸어가게 될 테니까.

 

 

아서 래컴 컬러 삽화, 본문 40

 

아서 래컴 컬러 삽화, 본문 23

 

 

이제까지 우리는 동화라고 하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라푼첼, 헨젤과 그레텔 등 꽤 유명한 동화들을 읽어왔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미화되고 순화된 내용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고 나 또한 생각해 왔다.

그림 형제의 동화전집은 뭐랄까...이야기가 짧고 간단하다 하여 글을 읽을 줄 아는 유아들에게 툭 던져 주기는 많이 껄끄럽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항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을 입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그림 형제 나름의 가필을 하였지만 되도록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 원형을 살려서인지 조금 낯설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본문 30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볼까.

만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신데렐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을 보면 생쥐들과 호박 마차, 그리고 도움을 주는 요정이 필수 주변 인물이다. 또한 "유리구두"도 뺄 수 없는 필수요소다. 계모와 새언니들은 심술궂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허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심술을 부린다.

하지만 그림동화에 실린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우는 신데렐라에게 비둘기들이 드레스와 비단 수를 놓은 신, 금신을 떨구어 주는 것이 다이고 호박 마차는 없다.

왕자가 작고 우아한 순금 구두를 들고 처녀를 찾아 다닐 때, 언니들은 각각 엄지발가락, 뒤꿈치를  끊어내고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구두에 발을 끼워 넣은 채 왕자의 마차에 타고 가는, 다소 잔인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론 중간에 새들이 노래로 피에 젖은 하얀 양말을 보라며 왕자를 일깨워주는 바람에 언니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디테일 면에서 허황된 이야기로 감싸지 않고 낯설지만 이게 바로 진짜 이야기지,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점이 여타의 동화와 다르다. 그림 형제가 채취한 이야기들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떠한 이념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문명의 기원, 가장 인간적인 심성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민속을 통해서 밝힌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그 모든 것을 위한 '마술 언어'로서 읽혀지고 있다. -14

 

 

그림형제는 동화 주인공과 같이 역정을 거치는 삶을 살아왔지만 정직, 근면, 성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희망 등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사회적 신분이 높지 않아서 수석으로 리체움을 졸업했지만 특별 허가를 받아 법대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그림 형제. 불공평한 처사를 겪으면서 택한 전공인 법률이 이들 형제를 신화, 전설, 동화, 그리고 민속 등에 관심을 갖게 했다고 한다. 그들은 법률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풍속 등을, 그리고 민심의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는 지도 교수 사비니의 가르침 덕분에 민속, 신화, 동화에 대한 끈질긴 관심을 이어오게 되었다.  독일의 민족적 주체성을 바라던 당시의 사회 풍조, 민주적인 사회 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시대적 변화에 편승하여 핍박받고 있는 가난한 서민, 민중들에 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동화를 210편이나 모아 내게 되었고, 각 이야기에 붙인 주석은 민속학 연구의 토대가 되면서 최초의 '과학적' 민담집으로 남게 되었다.

 

그림 형제가 온 생애를 바쳐 수집하고 다듬은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백설공주의 못된 왕비를 무조건 나쁘다고 지탄할 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했어야 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궁금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왕자들은 왜 그렇게 백마를 타고 돌아다닐까? (박신영,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차용) 같은 질문도 한 번씩 던져 볼 수 있는 일이다.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하면 거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록 그림동화집이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문명에 발맞추어 새로운 눈으로 동화를 보는 연습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동화를 읽으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사회전체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다.

확~ 다른 느낌의 신데렐라를 읽으며 놀라 자지러질 정도의 연령이 아니면 비교적 어릴 때부터 "원작" 그림동화를 접하게 해주어도 좋겠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이야기 나누기에 딱~적당한 주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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