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고독생, 고독사, 남의 일이 아니다. [나는 품위 있게 나이들고 싶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빙 둘러 모여 앉아 TV를 보면서라도 웃음을 나누는 따뜻한 가정.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평범함에 가 닿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 명절에도 우울하게 들려오는 가족 동반 자살, 고독사 소식이 그 증거다.

애써 가족을 보듬어 안아 보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 속 그림자 때문에 삶의 희망과 끈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면 자연스레 내 가족에 시선이 돌려진다.

남의 일이려니...하며 뒷짐 지고 있기에는 고독생, 고독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나의 생활 속에서 어느덧 늙은 부모의 안부를 챙기는 일이 한참 뒤의 순위로 밀려 나 있는 것을 퍼뜩 깨닫게 되는 설이나 추석 어름이면 더욱 그렇다.

전화 한 통 해서 안부 묻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저자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연스레 노인복지 전문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베이비붐 세대와 60대 이상의 노년층에 대한 사례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아 내고 있기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더욱 상상 이상의 경악을 안겨준다.

황혼이혼을 감행하는 노년의 부부, 돈 달라고 부모 학대하는 자식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간병', '돈' 때문에 퇴직해도 18년을 더 일하는 노인들, 늙어간다는 것의 불안과 외로움을 파고든 상술에 당하는 노인들, 어떻게 사랑하며 놀아야 하는지를 몰라 성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가 낭만적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혹하지만 현실적인 충고를 서슴지 않는 것처럼 이 책 또한 은퇴 후의 일을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원하다 못해 뼛속까지 시린 아이스 버켓을 퍼붓는다.

 

100세 시대는 배우고, 일하고, 쉬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독사보다 더 가혹한 건 '고독생'이다. 죽음은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기에 고독한 게 당연하다고 치자. 하지만 혼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고독한 삶이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절대적인 고독이며, 처절한 고독이다. -13

 

평균수명 80 세에 맞춰진 교육, 정년, 복지 등 국가정책의 큰 틀을 100 세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프로젝트가 구상되고 있는 현실에 맞게 개인도 변화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슬로우의 기본 욕구를 전제로 하여,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도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저자는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혼자 노는 '고독생'에서 벗어나 교류하라.

둘째, 가족 관계를 리모델링하라.

셋째, 80세까지 일하려면 '경력 모자이크'를 만들어라

넷째, 혼자 사는 기술을 익히되 '이웃'과 '마을'에 투자하라.

다섯째, '자기성찰'을 통해서 능동적인 삶을 기획하라.

 

 

사실, 밝고 따뜻한, 희망적인 이야기를 써서 100세 인생에 대한 설계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책이라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가 첫 장부터 심장이 벌떡 튀어나오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멋진 은발을 휘날리며 적절한 수입을 유지하는 편안한 노후를 "꿈"만 꾸었다가는 고독사, 고독생이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아직 한겨울의 쨍함이 남아 있는 이 때,  아이스버킷 맛을 보게 되면 안온한 기분에 취해 있던 정신줄을 재빨리 끌어당기고 싶어질 것이다.

'효도계약서' 혹은 부모자식간의 '효도 소송'을 다루었다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 채 막을 내렸던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공감을 자아낸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모두가 도외시했던 바로 그 문제, 부모자식간의 소통부재의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면서 '이제는 똑바로 바라보고 다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임을  선전포고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간의 소통, 세대간 이해, 더 나아가 은퇴 후의 부모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지혜로운 노년을 위해 무언가를 더 쌓아두기 보다 현명하게 버리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이 책,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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