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로도 통해요, 이게 바로 우정이야. [고양이인 척 호랑이]

민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호랑이가 그려진 빨간 표지가 속표지에요.
개인적으로 아래의 호랑이 그림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구별이 안 되는 줄무늬 두 마리가 사이 좋게 소풍 나온 모습이 띠지인 척, 겉표지로 포장되어 있습지요.
어쨌든 제목에서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바, 이 책은
고양이와 호랑이의 우정 이야기가 그려지는 그림 동화입니다.
버드폴더라는 작가가 일 년 동안 트윗에 연재했던 것이기에 글이 길지 않고 짧습니다.
140자의 미학을 제대로 심어 놓았죠.
깊은 산속 외딴집에 눈이 어두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어요.
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같은 나레이션 위에 현대적이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덧입게 됩니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
호랑이인 척 고양이
둘이 주인공이죠.
서로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다르지만 서서히 친구가 되어 갑니다.
"우정"이 싹터가는 모습에 슬몃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친구가 되는 데는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장면에서
복잡하게 이해관계를 따지는 나의 인간관계를 되돌아 보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딘가에 숨겨 놓았던, 순수한 우정에의 동경이 꿈틀꿈틀 되살아나네요.

둘은 어쩌다, 서커스라는 곳에 얽혀들게 되었을까요?
이야기가 껑충 뛰어넘어 서커스의 세계에까지 흘러드는 동안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는 세일러 문의
오글거리는 대사에 대적할 만한
우정에 대한 멋진 명언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드시나요?
^^
우정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한 뼘씩 성장한 호랑이와 고양이는
썩 멋져 보입니다.
둘은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을 때조차 서로를 비난하거나 저버리지 않았어요.
쉽게 무리지으면서 얄팍한 우정을 쌓아가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한 둘의 우정은
저를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다
스스로 몸을 말고 숨어버리는
"빨간 콩"이 되게 하네요.
(빨간 콩의 의미는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됩니다^^)
아이와 나누어 읽어도 좋을만큼 따뜻한 이야기네요.
우정의 소중함을 입이 닳도록 설파하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히는 것이
더 빠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