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멈춰서고 싶어지는 도쿄 [도쿄 산보]

이 책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다.
한 장도 빠짐없이.
그러니까, 글보다 그림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만화책보다 더.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개시하도 전에 우리 집 아들, 딸 녀석들한테 빼앗기고 말았다.
귀여운 그림체라서 훨씬 더 쉽게 아이들의 마음을 훔친 것일 게다.
슥~ 훑어보면 한 두 시간이면 끝인 책인 것 같지만
자세히 그림을 음미하며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오늘 다 읽었다 싶어 덮어 놓았다가도 내일 또 다시 잡게 되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글이 아닌 그림만으로 가득차 있어서 더욱 상상의 여지가 늘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름은 플로랑 샤부에. 생소한 이름이다.
이 프랑스인은 어떻게 일본의 도쿄에 관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나?
여자 친구 클레르 때문에 도쿄에 온 그는 클레르의 인턴십 기간 동안 도쿄에 머물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그렇다고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벌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삼고 두 절친을 길잡이 삼아 다닌 도쿄는 이방인의 눈에 생소하게 비치기도 했겠다. 그는 자신의 일상과 기분에 따른
단편적인 모습을 스케치했다면서 수많은 여행자의 시선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여행자라는 거리감을 굳이 두지 않아도 그의 시선으로 보는 일본 도쿄는 꽤나 신선하다.
각 장은 일본 파출소인 '고반' 그림으로 시작한다. 작가 나름으로는 고반이 이 책 속의 길을 알려주는 용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동네의
지도와 함께 소개되는 고반. 색다른 컨셉이다. 동네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비슷하다는 고반. 도쿄 구석구석을 다양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는 고반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과 함께 제공되는 엽서들은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만약 내가 도쿄 여행을 간다면,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여행 일정에 맞춰 유명 관광지나 도쿄 시내를 활보하는 것만으로 그쳤을 것인데
이 작가는 꽤 여유 있게 도쿄에 체류하면서 그야말로 유유히 도쿄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기에, 이 책은 어떤 다른 여행기보다
생활밀착형, 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저 골목 어딘가를 산보하는 내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정겹다.

ㅋㅋ
내가 여행을 갔더라도 저렇게 대조되는 여학생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들여다보았을까?
그림으로 남길 수 있을 만큼?^^
아~ 이 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본 도쿄의 바로 저 골목길을 산보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진다.
이 일을 어쩜 좋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