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길을 가라 [스마일, 스미레!]
그대의 길을 가라, 남들이 무엇이라 하든 내버려두어라. by 단테
사쿠라 스미레.
32세의 싱글녀.
그녀의 이름은 벚꽃과 제비꽃에서 따온 웃기는 이름이 아니라, 영어의 smile을 그대로 읽어서 스미레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녀는 잠들지 않는 대도시 도쿄의 레코드 회사 (주) 스마일뮤직 CEO 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긴 했지만 직원도 0명이고 스스로 키워낸
뮤지션도 아직 없다. 하지만 애인인 료에게서 배운 로우킥과 멋진 스마일을 가진 여자다.
조만간 라이브 데뷔 무대를 치러낼 팀 DEEP SEA를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니느라 애인에게 좀비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전의 라이브 당일 DEEP SEA 멤버들은 지각을 했고 그 틈을 예전 올 업의 멤버였던 하루토의 무대가 메꿔준다.
뭐지, 이건...
나는 시각과 청각만 가진 존재가 되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신비로운 열을 느꼈다. 달콤한 듯 설레는 듯한 기분 좋은 열.
이윽고 그 열이 몸속 전체로 퍼져나갔고, 그와 함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DEEP SEA의 무대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각과
똑같았다.
서포트 밴드의 연주도 인디치고는 퀄리티가 꽤 높았다. 그 연주에 하루토의 목소리와 독특한 색깔의 멜로디가 엉켜서 내 안의 심금과 부드럽게
공명했다. -78
지각한 DEEP SEA 멤버들은 스미레의 탄탄한 서포트에도 불구하고 엉망인 무대를 선보였고, 뒤이어 그들은 그녀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다른 소속사로 옮긴다는 것을 통고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인 료와의 사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지다가 결국 연락두절로 이어진다.
친구의 권유로 고향 시즈오카에 가서 재충전을 하기로 결정한 스미레. 고향에는 간장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종알종알 수다를
떠는 엄마와 말없이 낚시를 즐기는, 그리고 가끔 스미레에게 잠언을 곁들인 메시지를 보내는 아버지는 도시 생활로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는
스미레를 조용히 포용해준다. 지금껏 자기 이름 스미레에 담긴 의미가 살아 남기 위한 미소라 생각했던 그녀는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게끔 웃는
딸로 자라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하게 되었다.
고향에서 쉬고 있는 스미레에게 하루토의 문자가 날아왔다. 데뷔 후 메이저까지 갔다가 실패하고 아내마저 떠나간 하루토와 지금껏 키워왔던
DEEP SEA를 올업 시절 상사에게 빼앗긴 그녀는 의기투합하여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남들이 무엇이라 하든 내버려두자. by 사쿠라 스미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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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이 간직한 의미대로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위해 스미레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스마일, 스미레]는 1인 레코드 회사를 세우고 열심히 일하며 수면부족으로 길거리에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고, 남자에게 로우킥을 날릭, 집에
일 때문에 다른 남자가 와 있다는 것을 깜빡한 채 애인을 집으로 보내기도 하는 등, 실수연발의 발랄한 캐릭터가 살아 있는 이야기다.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싱어송라이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코요테 어글리>풍의 씩씩함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
아마도 멋진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무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뻔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을
최고의 장면이라 꼽을 수 있게 만드는 특별함.
그런 특별함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에는 늘 존재한다.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지만 따스함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할 줄 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감동은, 만족할 만한 콘서트를 보고 무대의 여운에 푹 빠진 바로 그 순간을 연상시킨다.
진짜 네잎 클로버가 가져다 주는 행운이 아니면 어떠랴.
네 잎으로 갈라진 괭이밥이라도 그것을 보고 새로이 마음가짐을 굳건히 세우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네잎 클로버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씩씩한 스미레를 저도 모르게 응원하느라 꼭 말아 쥔 손이 하얗게 변했다.
이제 힘을 빼고 스미레의 해피 엔딩을 축하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