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두루 공부되는 책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샘터에서 "아우름"이라는 인문교양 시리즈가 발간되었다.
아우름은 라틴어로 '빛나는 새벽'이란 뜻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에 빛나는 새벽을 여는 책을 만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세대를 아우르는
지혜, 앞 세대가 다음 세대를 껴안는 사랑을 담는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이다.
현재 1권부터 3권까지 나와 있고, 4,5권은 근간이라고 한다.
세 권 모두 표지가 다르면서도 은은한 색감으로 통일감이 있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하나 하나 다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어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들이다.
최재천 교수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는데, 무척 부끄럽게도 그의 책을 제대로 정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곤충이나 동물을 다루는 아동서의 추천사에서 그의 이름을 종종 보았다. 최근에는 [이 사슴은 내 거야] 라는 유명한 그림책의 띠지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꽤 권위있는 학자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새해에 즈음하여 읽은 에세이에서도 또 그를 만났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라는 책은 십대들의 쪽지에 보낸 유명인사들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거기서 또 청소년들의 멘토역할을 하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이력에 관한 궁금증이 뭉게뭉게 일었다.
최재천은 방황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라며 '아름다운 방황'을 적극 권하는 '방황 전도사'.'생명'이라는 화두를 품고 동물학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40 여 권의 책을 번역하고 저술했다.
소문만 무성한 인물의 실체를 이제서야 파악하게 되다니.
과연 이 책 속에는 그의 면면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자칭 촌놈 출신이라며 그는 어린 시절 쥐 새끼를 물고 빨고 하며 데리고 놀던 추억, 쇠똥구리 한 마리를 온종일 손에 쥐고 놀던 기억 등을
끄집어 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나름의 방식을 이야기해주었다.
집안 어른들의 바람은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었지만 연이어 낙방하고 차선책으로 생물학과에 진학하게 된 그는 개울에 직접 뛰어들어 '생물학'을
연구하는 유타 대학의 곤충학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살 수 있습니까?"하고 질문했다. 미래의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그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 교수가 있어 그는 유학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진짜 원하는 꿈을 확고히 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자신이 되었다는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정말로 침팬지입니다. 양쪽 손 다 손금이 가로로 일자인데, 이것이 바로 침팬지 손금입니다. 침팬지인데 털 깎고 여러분
옆에서 수십 년 동안 숨어서 잘 산 것입니다. 대학 교수도 되고, 강의도 하는 그런 침팬지입니다. -25
위트 있고 정감 있는 말로 독자에게 다가온 그는 다음 세대에게 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전해준다.
"생명은 모두 이어져 있고, 손잡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그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있다고 했다. 모든 학문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왜 태어나 이런 삶을 살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를 설파한다 싶다가도 다윈의 진화론을 들먹이고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 뒤에는 그를 통해 얻게 된 결론을 우리의 삶에
접목시켜 교훈을 전달하는 그의 글은 알고자 하는 욕구를 깨운다.
취미로 하는 독서도 좋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진짜 독서라는 말이 은근, 익숙하고 편한 책들만 편식하던 나를
자극한다.
이 책은 2015년을 새로이 시작하는 때에 '통섭'의 대가답게 두루두루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소개하더니, 결국에는 나의 독서습관까지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아우름의 시리즈 1권으로 내세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