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여!! 굴러라, 움직여라 ^^ [Bear Grylls 뜨거운 삶의 법칙]
"뜨거운 삶"이란 말이 와락 덤벼들어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면...
그 말은 거짓이다.
매일 아침 일찍 식구들을 모두 다 내보내고 다시 자리에 드러누워 아침 드라마를 시청하는 자세를 취하려는 내 모습이 거울에라도 얼핏 비칠
때에는 '꼭 달팽이 같군.'이라는 말이 자막처럼 저절로 떠오른다.
그것도 <라바>에 나오는 100t 짜리 달팽이 와 비교되면 다행이게.
라바의 달팽이는 근육이라도 짱짱하게 들어차 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까지 갖춘 멋진 달팽이인데 비해 나는 아무 생각없는
무뇌아같은 달팽이에나 겨우 비견될 만하다.
정녕 뜨거움이란 말의 진정한 뜻을 알던 때가 있기나 했을까?
무심히 멋진 인물의 사진이 새겨진 책 표지에 시선을 던지다, 잠시
"뜨거운 삶"이란 말에 시선을 주면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제목과 표지에서 풍겨나오는 야생내음 물씬한 강렬함 때문에 아무 시름도 없고 걱정 근심도 없는 민달팽이가 잠시 "꿈틀"했다.
베어 그릴스는 이름만 들어본 사람이라 저녁 일을 마치고 들어온 남편에게 슬며시 책을 보여 주며 물어봤다.
"이 사람 알아?"
"당연히 알지. 다큐멘터리도 찍었잖아. 유명했는데."
자연에 도전하고 야생에서 뒹굴고 하는 등의 프로그램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도 몇 번 보다 질려하던
참인데, 내가 베어 그릴스라고 알 턱이 있나.
유명하다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책보다는 다큐멘터리가 더 볼 만할 건데? 책으로 보면 재미가 있으려나~" 하고 초치는 소리만 하는 남편이다.
민달팽이의 꿈틀거림이 영영 사라지기 전에 얼른 책을 읽었다.
역시 자전적 이야기는 생생함이 생명이다.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어린시절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전자는 속일 수 없는지, 그의 가족사진은 우월함을 물씬 풍기는
포스를 내뿜는다. 유명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왕족뿐 아니라 세계의 왕족들이 유학을 간다는 이튼의 졸업장이 있고 베일 속에 가려진 세계적인
소수정예 특수부대 SAS를 나온 일명, 엄친아.
계속 , 쭉 잘 나갈 것만 같던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SAS의 훈련 도중 낙하산에서 떨어져 척추뼈가 조각나는 사고를 입었던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간신히 건강을 회복한 그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선물로 받아들였다.
정신적으로 더욱 강해진 그는 생계의 해결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있었지만 에베레스트 산 원정에 도전한다.
병원 침대에서 세계의 꼭대기까지 가는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요약하자면 가는 곳마다 돌부리에 채여서 비틀거리는 여정이 떠오르곤 한다.
(...)
"행운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 "-412
이후 6년간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라는 TV시리즈에 출연하여 진정한 야생의 맛을 보여주었고, 열한 권의 책을 썼다.
그 많은 분량의 생생한 경험담들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급류에 갇히기도 하고, 정글에서 화가 난 뱀에게 물리기도 하고, 산에서 거대한 낙석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늪지대에서 커다란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기도 하고, 북극에 있는 고원의 1,500미터 상공에서 주 낙하산을 끊어내고
보조 낙하산으로 내려와야 했을 때도 있었다. -463
그의 입을 빌어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의 이야기에서는 '뻐기는' 듯한 분위기의 말들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끝없는 도전과 험난한 여정 속에서 직접 체득한 뜨거운 삶의 이야기들만이 가득하다.
자신의 남다른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우위에 둘 것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돈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밑바닥 순위에 두는 것이
바로 다른 모든 것들이 성공적으로 굴러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뜨거운 삶, 도전적인 삶을 경험했으면서도 평범하고 때로은 두려움도 느낀다는 베어 그릴스.
이 한 마디가 민달팽이의 미끈미끈한 점액질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자연으로부터 내가 배운 것은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새벽이 온다는 것이다."
민달팽이여!! 굴러라, 움직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