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희망을 찾아라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도시의 하루가 곱게 분을 바르고 하나둘 등을 켠다.
거리는 누군가로 가득 차고, 높은 소리, 낮은 소리, 두터운 소리, 얇은 소리, 젖은 소리, 성마른 소리.
누군가의 하루가 쏟아진다.
위하고...위하고...
우리에게 내일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배반의 장미는 피었다 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톱니로 불리고 개미로 불리고 부대로 불리고.-미생 1권.
처음 직장에 들어갈 때는 밤이 늦도록 꺼지지 않는 빌딩의 등불 중 하나를 내가 책임지겠다는 호언장담, 혹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으로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주 원대한 포부는 사람마다의 그릇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점점 사그라 들기도 하고 점점 부풀어서 정점을 찍기도 한다.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날 수 있는 직장 생활.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출근길에서 철학을 하고 퇴근길에 명상을 하게 된다.
멋진 제목이다.
저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직장인 성공학'코너를 맡아 진행해왔다. 청취자들의 질문을 사연으로 받아 나름의 해답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처음엔 즉문즉답 식으로 각각의 사례에 따라 현실적인 조언을 적나라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사례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다 보면 멋지고 현란한 답으로 그럴듯하게 대답한 것들이 현명한 방책이 아니었으며 변방에 머무는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직장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네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길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피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상담 결과를 간추리고 간추려 40가지의 문제로 정리했다. 소재는 직장 문제이지만 결국엔 우리 삶의 방식에 관한
고민들로 모아지게 된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멀리 가야 하는가, 높이 올라가야 하는가?
유연해야 하는가, 강직해야 하는가?
참아야 하는가, 맞서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직장에서의 문제들에 적용할 수도 있고, 내 삶의 문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참치 원양 어선 선장 전씨는 광명87호를 몰고 부산항으로 들어오면서 보트피플을 만났다. 출항 때 본사에서는 '보트 피플을 만나더라도
관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지만 막상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중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머리로는 정리된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맞닥뜨린 상황에서는 지침보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살리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인간인가?'
결국 이들을 구한 전 선장은 해고되었고 적성 국가의 난민을 구출했다는 이유로 숱한 조사도 받았다. 취업이 어려워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멍게 양식업을 하며 삶을 꾸려나갔다.
19년 후, 전 선장이 살린 보트피플 중의 한 명이 그의 소식을 수소문해서 둘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 베트남인과 한국인 사이에 잦았던 싸움이 없어졌다고 한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전 선장이 만약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
하고 앙심을 품고 살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라는 감정에 대해 출근길의 철학에서 질문을 던진다.
퇴근길의 명상에서는 이런 답을 내놓는다.
남이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차라리 남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는 게 어떤가?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나를 알아주고, 나를
책임져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 스스로에게 확고하게 기대는 것을 우리는 바로 자신감 또는 희망이라 부른다. -58
수많은 출근길에 쌓이고 쌓인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답답해 하며 남과 비교하는 인생에서, 나를 똑바로 인식하고 나의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