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품격 [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솔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멧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학이 우는 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빗방울이 섬돌에 듣는 소리, 창문에 눈 내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그지없이 맑지만 책 읽는 소리가 제일이다. -송의 예사,
<경서당잡지>, 56
오래된 중국의 역사에서 "선비"는 다양한 변천을 겪어왔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과연 어느 시대의 "선비"를 콕 집어 말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답부터 말하자면 선진 시대부터 청까지...선비의 거의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긴 역사 속의 선비들이 다 들어
있다.
선비는 고대 중국의 지식인에 대한 일종의 호칭이다. 선진 시기에 선비는 젊은 남자, 군사, 각급 귀족을 통칭한 것이었는데 춘추시대,
전국시대, 진의 통일 등을 거치면서 각각 의미를 조금씩 달리 하게 되었다.
중국 고대 선비의 구성은 복잡하다. 선비는 독립된 계급이 아니었으며 관리와 민간인 사이에서 위아래로 다 통할 수 있었기에 그들의 활동은
문화 전파와 사회관계의 활성화를 촉진시켰다. 선비들의 내부 구성의 복잡함과 직업의 다양화는 그들의 생활수준과 생활 방식을 서로 다르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인품과 덕성, 그리고 성격도 제각각 다르게 만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군자, 지자, 재주꾼, 심지어 변절자까지... 중국
고대 선비 및 그들의 사회생활에 관한 연구는 중국 사회와 중국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중국 고대 선비는 역사에 대한 강한 사명감과 우환의식을 품고 있으며 정치 참여를 천직으로 여겼다. 정치적인 이상을 실현하고 개인적인 생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벼슬살이를 했던 선비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춘추 전국시대에는 정치가, 사상가, 군사전문가, 문학가 등으로 분화해서 살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역사에 대한 강렬한 사명감과 적극적으로 벼슬길에 나서려는 정신은 고대 선비들의 뛰어난 품격으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중국 고대에 도가의 이상적인 인격과 유가의 이상적인 인격은 선비들이 추구하는 인생, 가치, 그리고 행동과
생활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유가와 도가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이상적인 인격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보완하면서 선비들의 정신세계에 평형을 이루게
했으니, 뜻을 이루면 세상 사람을 두루 구제하고 여의치 않으면 홀로라도 자기 수양을 했다. 유가와 도가가 추구하는 서로 다른 이상적인 인격은
선비들의 생활을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게 했으며 생활의 내용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1장 에서 중국 고대 선비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마쳤으니 이제 고대 선비들의 품격과 처지를 직접적으로
알게 해 주는 고대 선비의 생활로 넘어간다.
2장 에서는 선비들이 느꼈던 독서 의 괴로움과 즐거움이 소개되고, 책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서, 베끼기와 보관 등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그들의 부지런한 정신과 노력으로 중국 문화가 끊임없이 발전해온
것을 느낄 수 있다.

3장 에서는 선비와 벼슬길 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벼슬길의 역사적 변천을 볼 수
있고, 과거에 합격한 선비들이 누리는 전려대전, 은영연, 어사, 석갈등도 소개되어 있다. 지금의 고시 열풍에 비견할 만한 옛날의 과거 제도의
명암을 진짜 제대로 살펴볼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비추어 보고 현명하게 앞날을 내다보게 한다.
4장, 선비의 의와 식에서는 선비의 복식, 음식, 술, 차, 약 등 흥미로운
부분이 꽤 들어 있다.

선비의 생활사 중에서 가장 솔깃하며 따라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부분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의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대 선비의 이름으로 명명된 요리나 반찬, 음식에 관한 전설 등이 나와 있어 음식의 문화사를 접할수
있다.
두부, 만두, 줄과 순채국, 소주의 맛있는 음식인 줄과 순채국, 농어회, 위진 시기 은둔한 은사들이 좋아했던 청정반, 소식의 동파육과
동파갱 등등...
선비라면 이 정도는 ~^^
5장-선비의 주거와 행동,
6장-선비의 회합과 결사, 7장 선비와
금기서화, 8장 선비와 청루의 여자
제목만으로도 선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9장 은 중국 고대 선비들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위진 시대
선비들 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귀적의'歸適意
-문제를 생각하고 일을 결정함에 있어서, 자기의 간절한 뜻에 맞는지부터 출발하여 일단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다른 계획을
세운다.-로 귀결되는 생활관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자기의
마음과 뜻에 맞는 개성적인 생활방식은 고대 선비들에게 참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서 수많은 선비들이 생활에서 멋을 중시했으며 생활에서의 품위를
염두에 두고 각자의 생활을 개성화하고 다양화했다.

유유자적
자연에 은거하면서 책을 벗삼고 가끔 술도 마시고 시도 짓는 선비는 수많은 선비들의 삶의 모습 중 일부에 해당함을 알았다.
진정한
선비의 품격을 이해하게 되었고 옛 중국 선비들의 생활 모습이 우리나라의 옛 선비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식인이 가야 할 길은
올곧은 옛 선비들이 걸었던 길이라는 역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선비의 품격"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복장을
선비답게 갖추고 하루종일 앉아서 책만 읽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을 본받아야겠다는 말이다.
군자,
대장부, 성인 등 선비의 품격을 제대로 체득한 사람을 일컫는 이 단어들은 단어 이상의 문화와 사상을 담고 있는 것임을 알겠다.
선비의
생활사 안에 너무나도 많은 모습이 담겨 있어 놀랐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어서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짧게
요약한 내용으로 이 책의 많은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명나라
진계유, [소창유기] <집경>-339 인용하며 마친다.
솔숲에
오두막 지으니,
한가로이
떠도는 구름이 문을 막아서네.
푸른
숲 속을 한가롭게 거니니,
꽃잎이
옷을 적시네.
섬돌에
가득한 싱그러운 풀,
차
달이는 연기 몇 가닥,
눈에
보이는 것은 봄날의 풍광,
귀에
들리는 것은 꾀꼬리 노랫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