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살림의 힘이 곧 연약함의 힘 [연약함의 힘]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등입니다. -166 

 

The power of vulnerability

 

 

[연약함의 힘]이라는 책의 부제는  마음 살림 에세이 이다.

 

20세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빛과 기운을 보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미세한 떨림이었고, 부드러운 흐름이었고, 가슴속 깊숙이 스며드는 설렘이었습니다.

힘 있는 자 아래 모두 바짝 엎드려야 하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뾰족한 기운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그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둥글고 변화무쌍한 기운이었습니다. (..)

이 힘은 모든 생명을 가장 자기답게 자라며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합니다. 이것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자기다움의 떨림에서 나오는 힘이라 누구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살림'의 힘을 '연약함의 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연약함의 힘만이 진정한 변화와 진화를 가능하게 하며, 모든 생명체를 생생하게 살려 낼 것이라 믿습니다. -7,8

 

이 책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경이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아나운서, 디자이너, 철학자 등등 딱 떨어지는 직업으로 그녀를 말하기가 참 어려울 정도로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길디 길다.

그녀의 삶이 다이나믹하게 변해왔고,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하리라는 것이 예측되는 부분이다.

현경은 기독교 신학자이며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로,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생태여성신학, 종교와 평화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 80여 나라를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를 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숭사 스님, 틱낫한 스님, 달라이라마, 마틴 루터 킹 목사님, 토마스 베리 신부님, 존 치시스터 수녀님, 대학 시절의 장원 교수님, 이슬람 수피 스승 푸미, 페미니스트 멘토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등.

어느 하나로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을 만나는 동안 실로 그녀의 정신세계는 풍성해졌을 것만 같다.

그녀는 그들과의 만남을 "연애"라고 표현했지만 재미있고 맛있는 도입부가 끝나고 서로 깊이 사랑하는 때에 도달하면 인생 밑바닥에 고여 있던 모든 찌꺼기가 의식의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고 한다.

찌꺼기를 걸러내고 연애에서 진정한 활력소를 얻게 된 그녀가 풀어놓은 마음 살림의 방법들은 결코 연약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변화를 일구어내고 있었고 그녀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직접 변화의 기운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1. 내가 사랑이니까요

2.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3. 연약함의 힘

4. 우주는 웃고 나는 세운다.

 

이름난 위대한 영적 스승 말고도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다양하고 그 다양한 만남 속에서 그녀가 얻은 것들은 그녀의 "연약함의 힘"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캠프 디바를 운영하고 있는 안젤라 패튼이라는 흑인 여성의 TED 강연은 사연을 읽는 즉시 울컥하게 된다.

아버지 없이 자라난 흑인 소녀들이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 아무 남자에게나 빠져들고 무책임하게 임신 출산을 겪으며 학업, 직업 교육을 포기하게 된다. 아버지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고 아빠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춤을 추고 싶다고 대답한 소녀들. 그 중 한 소녀의 아빠가 교도소에 있어 올 수 없다고 하자 소녀들은 경찰서장에게 편지를 보냈고 마침내 교도소의 강당에서 댄스파티를 열 수있게 되었다. 소녀들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꽃과 리본을 달았다. 교도소에 있는 아빠들은 푸른 죄수복을 벗고 신사복 정장에 넥타이를 맸다.

오~ 이건 정말 영화다.

이제 '아빠와 함께 춤을' 프로그램은 미국의 많은 교도소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남미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볼리비아를 찾아가 봄 같은 남자 체 게바라를 위한 순례를 하고 체 게바라의 게릴라 활동과 죽음에 대해 배우고 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모자를 쓴 아름다운 노년의 이 박사님, 조선 왕조의 마지막 옹주, 의친왕의 따님 즉 조선의 마지막 프린세스가 독신으로 미국 암병원 실험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내용도 놀라움 투성이였다.

옹주님은 이스트 할렘의 폐교를 구입해 아파트로 만들고 맨 아래층에 '시인의 서재'라는 아트 개러리와 소극장을 지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거의 무료로 빌려준다. 대한제국을 잃어버리고 외국에서 혼자 살아온 옹주님은 니카라과에 뉴욕 맨해튼 크기의 토지를 사서 니카라과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고자 개발되지 않은 녹지로 묶어두겠다고 한단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일들이다.

 

미국 홀리요크 시에서 전 시장과 각축전을 벌이다 단 한 표 차이로 영화처럼 22살에 홀리요크 역사상 최연소 시장이 된 알렉스 모스를 만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열여섯에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게이이지만 힘든 환경에서 아이비 리그에 입학하여 도시 계획과 도시 발전을 전공한 그는 카지노를 지어 경제를 일으키자는 전직 시장의 비전에 반대했다. 대학의 연구 시설을 좋은 조건으로 끌어들이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폐허가 된 다운타운의 집들을 제공하여 홀리요크를 예술과 학문의 도시로 부활시키자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선출되었다. 우리나라의 소도시에서도 알렉스 같은 젊은 시장들이 나와 한국의 정치판을 바꾸는 꿈을 꾼다는 작가의 의견에 슬쩍 마음이 동요된다. ^^

 

어쨌거나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연약함의 힘을 부르짖으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종교인도 아니고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남성적 우월주의가 횡행하는 요즘에 세상을 움직일 새로운 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조용한 운동을 지지해주고 싶다. 쉽게 따라하긴 힘들지만 지칠 틈 없이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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