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을 알고 싶으냐? [명량]
정유 9월 16일.
왜선 330 여 척이 우리 배를 에워싸므로 공이 제장을 인솔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
왜장 馬多時
를 참하고 30여 척을 파괴하였다. <이충무공전서 8권>
이것이 이순신의 23전 중
하나인 명량대첩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수많은 해전 중 왜 유독
"명량"에 관심을 가지는가?
세계 3대 혹은 4대 해전에
속할 만큼 유명한 "한산대첩"을 두고 말이다.
아마도 12대 330 이라는
수적 열세에서 승리를 일궈내고,울돌목의 지리적 이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승리를 일궈낸 전투라 매력적으로 비쳐졌으리라.
이 책 , 혹은 영화는 이순신의
해전 중 "명량"에 초점을 맞추지만, 단 하나의 "명량" 해전으로도 인간 이순신의 모든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꿈을 꾸면 일기에 기록하며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부모님에게는 지극한 효성을 보이며 아들들에게는 꼿꼿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 하지만 전장에서는 명석한 판단력과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그야말로 "명장" 의 면모를 과시하는 이순신.
"충"을 바쳐야 할 대상인 임금
선조로부터 한 때 버림받았고, 중앙정치의 음모로 인해 일신이 구속되기도 하였으나 그는 "의리"를 위해 싸우는 사나이였다.
"무릇...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라야 하고, 그 충은...임금이 아니라 백성에게 있다."
이 한 마디가 그의 수많은 명언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의 백성에 대한 의리는,
수군을 파하고 권율 장군 휘하로 들어가 육지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끝까지 바다를 지킨 책임감에서 알 수 있다.
"명량"은
이순신의 의리와 백성에 대한 충과 명장으로서의 훌륭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완벽한 단 하나의 "고갱이"이다.
애당초 명분이나 이익도 없이,
단지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시작되어 무수한 생령들의 목숨만 앗아갔다고...스스로도 깨닫고 있는 전쟁이었고 명의 개입으로 화친을 약조하였으나,
도요토미를 일본 국왕으로 봉한다는 책서와 금인을 받고 치욕을 느낀 도요토미는 다시금 총공격을 명하였다.
임진란을 치러내는 동안 수많은
공을 세우고 영웅으로 급부상한 이순신은 확고한 신념으로 "충"의 본분을 다했으나 그런 그가 자리보전에 급급한 중앙관료들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졌나
보다. 백의종군.
이순신이 한성 옥에 갇힌 동안
그 자리를 원균이 맡았는데,
7년간의 왜란을 통하여 조선
수군이 당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번의 참패인 칠천량 전투에서 거북선이 모두 바다에 가라앉고 원균은 죽음을 맞이했다.
옥에서 풀려난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의 역할을 맡게 되었으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앞서의 전투에서 도망쳐나온 배설이 끌고 온 12척의 전선이 다였다.
지난날 그대를 백의종군케 해서
오늘 이런 패전의 욕됨을 입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그대는 부디 충의를 굳건히 하여 다시 나라를 구해주기
바란다. -36
선조는 이순신에게 바다를
맡겼으나 이순신에겐 12척의 배가 다였다. 그나마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거북선 한 척을 수리하였으나 도무지 승산 없는 싸움임을 알고 있는
장졸들이 불을 놓아 거북선을 태워 버렸다.
이 소식을 접한 이순신은 진영을
불태우고 배수의 진을 쳤다.
"대체 이 강한 두려움을
..., 어찌 이용하시겠단 말입니까."-191
현란하면서도 섬뜩하기 그지없는
갑옷을 입고 귀신 가면 투구를 쓴 해적왕 구루지마 미치후사.
이순신에게 죽음을 당한 형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 외에 유약해진 도요토미 히데요시 대신 조선을 삼키겠다는 야욕을 품고 이번 전투에 참전했다.
한편 와키자카는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는 구루지마가 이순신을 처치해주면 큰 공은 자기가 세울 요량으로 구루지마를 지켜보기만 하는데...
12척의 판옥선과 330여 척의
세키부네, 아타케부네가 드디어 "명량"에서 맞붙었다.
거북선을 잃은 채 급격히 사기가
저하된 장졸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선 이순신이 믿는 것은 오로지 울돌목의 회오리같은 물살과 장졸들의 "의지" 뿐.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 진정한 "명장"의
지휘 아래 벌어진 "명량 해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고 영화다.
태풍이 올라오느라 비바람이
거세다.
진도의 팽목항에도 태풍이 휩쓸고
가겠지.
이순신 같은 "명장"을 만나지
못해 물 밑을 헤매고 있을 영혼들이여, 부디 잘 견뎌주길.
이순신 같은 명장은 그리 자주
나오는 영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