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놀아본 언니들은 달라? [줄리아나 1997 상, 하]

 

간만에 어쩔 수 없이 스릴있는 독서를 즐기게 되었다 .

집에는 방학이라 아이들이 항시 대기중이고, 저녁부터는 남편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려니 괜히 눈치가 보여서다.

첫 장면부터 낯뜨거운...우흡.

어떤 유부녀가 모텔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벌이는 적끈적한 정사씬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걸 애들 있는 데서 어떻게 보지?

잠시, 덮어두었다가 저녁에 펼쳤는데  옆자리에는 남편이  앉아 있으니...맘 놓고 읽어나갈 수가 없다.

고등학생 때 수업 시간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할리퀸 로맨스를 책 사이에 놓고, 혹은 책상 밑에 놓고 바삐 읽어내려가던 그 때의 짜릿함이 되살아난달까...

속독을 즐기던 습관은 그 때 길러진 것이었고,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 때문에 할리퀸은 언제나 내 손을 거쳐서야 다른 아이들에게로 넘어갔던 ...아, 생각난다. 그 때 그 시절.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손바닥에 땀이 나고, 책 내용을 누가 훔쳐보기라도 할까봐 심장 박동이 바운스 바운스다.

이런 건...여자들만의 비밀스럽고 안전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릴렉스하며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낮더위에 많이 힘들어하던 남편에게 영화 예매권을 쥐어 주며 가서 심야 영화 한 편 보고 오라고 쫓아낸 후에야...

분위기를 잡고 조용히 그러나 최대한 후다닥 읽을 수 있었다.

충분히 후다닥 읽을 수 있을 만큼 내용은 재미있었다. 뭐랄까...

20부작 드라마를 2시간으로 요약해 읽는 느낌?

적당히 통속적이고 적당히 멜로와 갈등이 들어 있으며 눈에 거슬리지 않는 매끄러운 문장 덕에 2시간 정도는 후딱 지나갔다.

 

줄리아나.

누군가에겐 추억의 이름이려나?

밤의 휘황찬란한 세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1997년을 주름잡던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을 휘저었던 전설적인 죽순이 오자매의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언니들은 그러나...지조 있는 죽순이 오자매였다고 한다. 황진이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섹시한 그녀 황진희를 빼고는?^^

왜냐? 그녀들은 이대 나온 뇨자들이었으므로.

 

2013년 영화 [밤의 여왕]이 생각났다. 눈이 땡그랗고 귀여운 배우 김민정이 주연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녀도 왕년의 "여왕"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과거 비밀이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찡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낸 영화였다.  

천사 같은 외모,
 일류 호텔급 요리 솜씨,
 3개국어가 가능한 지적능력까지 겸비한 그녀. 울트라 A급 현모양처 ‘희주’
 대한민국 대표 현모양처인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알고 보니 "밤의 여왕"이었던 것.

소심한 희주의 남편은 그녀의 뒤를 캐고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아내게 되는데...

언제나 그렇듯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여서 결말은 뻔하다.

 

왕년의 여왕들, 혹은 놀던 언니들은 잘 살고 있을까?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어서 얼른 달려들어 읽기는 했지만, 특히나 공감 가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애초에 나와는 완전 다른 세계의 일이어서일 수도 있겠고, 노골적으로는 이대 나온 뇨자들이라고는 해도 일반 이 현실을 살아가는 뇨자들의 이야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불륜, 막장, 시월드.

요즘 드라마에 트렌디하게 반영되고 있는 이 요소들도 빠지지 않는다.

'지연'이라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나머지 네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끔씩 끼어드는 식의 구성으로, 사실은 다섯 개 정도의 드라마를 한 자리에 묶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뻔질나게 보아온 드라마들이 총집합되어 있다.

개개인의 사연 또한 구구절절하다.

여주인공 다섯은 하나같이 예쁘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매력 덩어리들이다.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녀들의 짝들 또한 어디서 그렇게 세트로 잘도 맞추어 놓았는지.

드라마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현대판 "여자의 일생"이랄까.

불륜은 선택이 되어 버린 시대.

이대를 나왔어도, 집안이 좋고 멋진 직업을 가졌어도 여자들의 상황은 그놈의 정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남자"에게 속박되어 결코 "남자"와 얽힌 결말이 아니면 해피엔딩이 아니게 되어 버린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남편은 안전지대인가?라는 의심을 품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충실한가? 하고.

 

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드라마를 오늘 또 한 편 , 아니 다섯 편 정도 더 본 기분이다.

깊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쯤은 현실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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