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타오름달 [샘터 8월]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

 

오늘은 아이들 여름방학식이 있는 날이다. 

좀 있으면 "방학이다"를 외치며 들이닥치겠다.

 

아이들에게는 신 나게 뒹굴거릴 수 있는 한 해 중 최고의 날들이 펼쳐지겠지만, 삼 시 세 끼 밥 차려주랴, 두 놈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랴...

엄마 입장에서는 가슴이 타들어갈 날들의 시작인 고로,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다.

해가 타는 한여름, 가슴까지 타면 어떻게 될까?

 

배부른 투정~

 

보자, 샘터 8월호에는 무슨 이야기가 실려 있나..

 

시원한 계곡의 폭포 사진과 함께 이홍렬의 사진이 있다.

아~마음의 숲 출판사에서 이홍렬의 자서전 [60초]라는 책이 나왔었지.

스스로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에 자서전 쓰기도 있었다는데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며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2012년 국토 종단을 떠나 모금한 돈 3억여 원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에 자전거 2600여대를 기부한 기부 천사. 주례를 서주고 사례비 대신 아프리카 어린이를 한 명 후원하라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기부를 널리 알리기도 한다고.

하회탈 같은 웃음이 그저 보기 좋게 꾸며진 인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의 흔적들은 얼굴에 알게 모르게 새겨지고 있으니 내 얼굴을 책임지려면 마음을 잘 가꾸는 수밖에 없겠다,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기나긴 여름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룰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 하나 알려주겠다는 듯, 책의 탑 위에 올라앉은 하얀 부엉이 그림이다. 화가 안윤모의 그림.

안 그래도 낮에는 피곤해서 낮잠을 자는 통에 밤에 통 잠이 오질 않아 새벽 2시쯤 되어야 까무룩 꿈나라로 향하는데, 저 부엉이를 친구 삼아 으시시한 이야기 책이나 읽어볼까 싶어진다.

'다락방 책꽂이' 코너를 기고하는 양인자 선생은 "성서"를 읽는 중이라 했는데 나는 영~

아직 종교에 마음을 의지할 만큼 세상이 힘겹지는 않은가보다.

 

쭉 넘어가다 보니 얼른 책귀퉁이를 접어두고 싶은 부분이 있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 이야기 중.

<그러다 기생충 될라>

눈에 보이지앟는 기생충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속속들이 캐내 전해주고 있어서 항상 빼놓지 않고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좀 따끔한 풍자적 내용이 들어 있다.

인간의 배 속에 들어가 기생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몇 만 년을 그렇게 살아온 기생충의 현재 모습을 보라.

눈이 없고 다리도 없고 뇌가 없고 몸 전체가 생식기가 된 모습. 가장 결정적으로 알벤다졸 한 알에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저세상으로 조용히 떠나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 옛날 인간의 몸에 들어가지 말 것을."

여기까지만 보면 지극히 한많은 기생충의 일생이겠거니 하지만, 오호라.

기생충을 "스마트폰 쓰는 인간"으로 바꿔 보라.

다시 몇만 년 후의 미래에 인간은 지독한 근시가 되고 걷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뇌가 작아지고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흑흑.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졌던 침팬지의 노예로 살게 되는 인간에게 침팬지 하는 말.

"농땡이 부리지 말고 어서 일해!"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만 만들지 않았다면!"

 

 

새벽 1시경, 한 침대에 나란히 앉았으면서도 남편은 스마트폰 게임을, 나는 인터넷 카페 순례를 하며 조용한 시간 속에 묻혀 있었는데 문득, 스마트폰을 내동댕이치며 남편이 말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마누라랑 얘기도 못하네."

 

서민 교수의 글을 읽고 난 뒤라 나도 얼른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무안함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배시시 ~

 

더운 여름에도 살 부대끼며 한 침대에 앉았는데 둘 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참, 열없다.

노예가 되기 직전 탈출한 사람의 심정으로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다.

"오늘은 말이야..."

남편과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운다.

타오름달도 둘이서 견디면...견딜 만 하겠다. ^^

 

 

마지막으로 책의 말미에 실린 독자 데이트를 보며

한 때 인상깊게 읽었던 [헌책이 말을 걸었다]를 다시 꺼내왔다. 헌책방 운영자 윤성근 씨가 헌책에 쓰여 있는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인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헌책에 끼적인 글의 주인공이 6월호 샘터에 실린 윤성근씨 책 속의 글을 보고 사연을 보낸 것이다 ."어, 저거 내가 쓴 건데.."하면서.

중 1때 책을 읽고 자신을 향해 써내려간 편지란다.

 

책이 돌고도아...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쓴 글이 남아 있는 책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사람과 사람을 이렇게도 연결해주는 책이라는 존재, 소중히 다루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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