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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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깔고 드러누워 열심히 TV시청 중인 딸래미에게
"숙제는?"
하고 물어도 답이 없다.
"준비물은 챙겼니?"
"나중에 할게."
또 다시 침묵.
곧 이어 깔깔거리는 웃음.
슬그머니 열이 뻗친다.
누구 생각해서 지금 하나 하나 체크해 주고 있는데, 엄마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TV에 빠져서 "꺄르르?"
목소리를 가다듬고 일부러 심상한 어투로 말한다.
"옆 반 원준이는 '쎈 수학'이 쉽다면서 벌써 반 넘게 풀었대."
그러자 바로 반응이 날아든다.
"정말?"
"그래."
"사실은 나도 풀 수 있는데, 피곤해서 좀 쉬고 있었던 거야. 이제 가서 바로 할게."
으~
가장 악수 중의 악수, 비교하기 카드를 집어들기는 싫었지만, 울 딸은 밀어붙여야 성과가 나오는 타입이라 이 방법이 의외로 잘 먹힌다.
'엄마를 용서해라~'
라고 조용히 빈 다음, 씩 웃고 만다.
라이벌이라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용하면 얼마든지 상승의 효과를 가져오며 득이 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기에 아이도 엄마도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이 책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훌륭한 라이벌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을 조명한다.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쓰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더불어 다양한 직업의 세계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먼저 라인업을 살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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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비교대상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나온다.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서로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려 손을 잡았지만 결국엔 등을 돌려야만
했는데, 소송으로까지 번진 사태를 일단락하기 위해 만났던 장면이 찰칵! 찍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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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을 두고 사람들은 말하길 ,
"잡스와 슈미트는 '프레너미'다!"
라고 했다.
최근의 일화이지만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사 안에서 이런 경우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아직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초등 저학년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인물들이지만, 위인전의 형식이 아니라 일화를 중심으로 서술된 이야기라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할 듯 싶다.
'은빛 테너'라 불리던 호세 카레라스는 '오페라의 제왕'이라 불리던 플라시도 도밍고에게 앙심을 품고 절교를 선언했지만 도밍고가 백혈병에
걸린 호세를 재단 명의의 기금으로 도와준 사실을 알고 우정을 되찾았다.
샤넬과 동시대를 살며 남다른 도전 정신을 뽐냈던 엘사 스키아파렐리. '리틀 블랙 드레스', '플래퍼룩'등을 유행시킨 샤넬과 '트롱프뢰유',
치마바지, 파고다 슬리브, 세계 최초로 지퍼가 달린 이브닝드레스 등을 만들며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던 엘사. 과연 누가 승자일까? 결국, 전쟁
후에도 계속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던 샤넬이 패션 오스카상을 받으며 승자의 왕관을 거머쥐었지만,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디자이너였어요. 그녀의 옷은 한 편의 예술작품 같았습니다. "-70
라고 말하며 엘사를 인정함으로써 두 디자이너의 대결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 외에도 유명한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 전설적인 야구 투수 대결을 펼쳤던 최동원과 선동렬, 꼿꼿한 절개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신숙주와
성삼문,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은 두 사람 찰스 다윈과 러셀 월리스의 이야기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만 한 게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동시대에 태어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라이벌 하나쯤은 만나지 않을 수 없다.
후세에 이름을 남길 만큼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들은 라이벌을 선의의 경쟁자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여러 상황에 의해 겉으로 보기에는 라이벌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다.
상대평가 때문에 서열이 중요해진 만큼 성적에서 앞서기 위해 쉼없이 상대를 앞서가려고만 하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라이벌은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다는, 아니,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 하나만을 알려주고 싶다.
나만 잘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뼈저리게 깨달은 부모들이 내 자식에게 똑같은 길을 걸어라라고 밀어대는 현실이 싫다.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가 모두 성장해나가면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험 점수에 연연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좋은 친구
관계가 좋은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지 않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아이를 위해 읽혀야 겠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사실은 어른들이 읽고 아이의 친구 관계나 인생 전반의 성장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라이벌이면서 최고의 친구가 되었던 역사 속의 그들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끈해지기도 했다.
아이보다 엄마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