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함께하는 세계문학일주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문학과 정신분석의 만남 [프로이트와 함께 하는 세계문학일주]

 

 

 

예전에는 문학의 '고전'에 대한 거부감 없이 죽 읽었었다.

그야말로 철없던 시절, 도서목록에 있으니까. 꼭 읽어야 한다고 하니까.

그런 이유로 <파우스트>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니, <부활> 같은 작품들을 겁없이 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략 줄거리를 파악하고 나서, 음. 이런 내용이구나. 입력 끝.

여기까지만 하고 끝냈다.

그래서 나의 세계고전문학에 대한 지식은 줄거리에 대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딱 거기까지.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굴곡 많은 인생의 굽이들을 돌아 어느덧 아이 둘의 엄마가 되고 보니, 새삼 그 고전들을 다시 읽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배웠던 조선 왕조의 임금들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으로 나뉘어 한 임금의 생애를 조명하고도 각기 다른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아 알 수 있듯이,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그리고 깊이 무언가를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영조와 정조, 광해와 연산군. 이 키워드들만 떠올려도 한없이 빈약했던 나의 지식과 역사인식에 대한 무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판국이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세계고전문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수박 겉핥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나의 독서가 뼈저리게 부끄러워진다.

바로 이 때, 나의 무지를 구원해줄 도움의 손길이 짠하고 나타났으니, 그것은 또 다름아닌 "책"이라는 물건이다.

종이로 만들어지고 모양이 네모지다고 그 안에 든 것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책 한 면만 읽어도 금세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깨닫게 해줄 정도로 막강한 지식의 파워를 가지고 있는 책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질 뿐...

 

근엄한 얼굴의 프로이트가 나에게 "세계문학일주"를 권했다.

나는 무조건 "예스"를 외치며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 넓고도 깊은 바다 속에서 때로 헤매고 때로 정신없이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짠물을 마시며 얻는 게 꽤 있었다.

특히나 문학작품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논하는 것보다, 작가와 작품의 상관관계를 정신분석의 선상에 두고 분석했을 때, 그 작품의 위상이 달라보이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이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달까.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 속에서 작가의 그늘을 발견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으며 꽤 두툼한 책이었는데도 금세 읽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몇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재미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던 이 책의 속살을 살짝 공개한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 이 말은 곧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에 놓여 살아가는 아일랜드인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버나드쇼, 112

 

그의 모든 작품이 처러한 자기 분석의 결과이며 자신의 환상을 글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때, 카프카야말로 꿈과 환상 그리고 현실의 절묘한 배합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심리를 극명하게 드러낸 불세출의 천재적 작가였다고 생각된다. -143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 무의식의 밑바닥가지 몸소 체험하고 그 경험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도스토예프스키야말로 복잡다다한 인간 심리에 통달했던 최초의 심리소설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75

 

결국 그의 삶을 통해서 프루스트를 괴롭힌 세 가지 사실은 자신이 유대인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동성애자라는 사실, 그리고 부모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

솔직히 말해서, 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동성애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런 점에서 처음에 그가 출판을 의뢰했을 때 앙드레 지드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지드 역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프루스트에게 정중히 사과했지만 말이다. -229

 

어쨌든 융과 헤세 모두 아프락사스를 숭배하는 신도요 사제들이었다.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쌍둥이 같은 존재다. -147

 

물론, 대개의 세계문학 작품을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들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고,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확실히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 세계문학작품과 정신분석이 긴밀한 연관이 있는 듯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 속에서 작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저 프로이트의 손을 잡고 세계문학일주를 하고 왔던 소감은 왠지 뿌듯하다...로 결론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