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음...현대판 [마지막 잎새]라고나 할까..

[마지막 잎새]와 다른 점은 실화소설이라는 점. (혹, 마지막 잎새도 실화인가요? 확실히 아시는 분, 제보 부탁~)

 

 

 

바티스트 보리유는 응급실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응급실의 환자들과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시종일관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칫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일상에 유머 한 줄기를 섞어 놓는다.

제목 그대로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으로, 자신의 일상 속에서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들을 적어 놓은 노트를 펼쳐 그녀 앞에서 읽어준다.

 

저자는 2013년 1월, <자, 보세요>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서 응급실 인턴으로서 겪고 또한 동료, 의료진, 환자들이 그에게 들려준 종합병원의 생생한 일상을 진솔하고 재치 넘치는 글솜씨로 기록, 이 블로그로 프랑스 최고의 의학박사 논문에 수여되는 알렉상드르 바르네 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단다.

 

나도, 2013년 1월 yes24블로그를 개설했는데, 2014년 이 시점에 그는 책을 냈고, 나는 그의 책을 리뷰한다. 웃픈 현실..

 

표지의 이상한 레게 머리를 한 사자 얼굴에서도 궁금증이 일었건만, 제목조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한마디로 어서어서 읽어달란 말이야를 온몸으로 외치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 중의 하나인 "종합병원" 혹은 "닥터"류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실화소설이다.

의사 개인의 카리스마, 빼고~ 달달한 연애 분위기 혹은 삼각관계, 빼고~과도한 수술장면, 빼고~

완벽하게 흥행할수 있다는 메디컬 드라마의 필수요소 삼박자를 다 빼고도 담백한 가운데 잔잔하면서 가끔 쓰나미 급의 감동을 전해주는 이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인 만큼 특히나 나이가 7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노인들의 이야기도 많고, 그만큼 이야기에서도 젊은이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세월의 더께가 앉은 내공있는 이야기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다 .

의사라는 직업이라서 혹은 병원이라는 장소라서 사람들이 가지는 마음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진리에 가까운 방법이 바로 유머다.

그는 이 유머라는 요소를 잃지 않고 지니고 있으면서 성수처럼 여기저기 뿌려댄다.

그런 그에게 인턴 동료 블랑슈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아마도 동서고금의 진리인 듯. ^^

 

제목의 불새 여인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불새 여인이라고 불리는 한 환자는 자신의 아들도 의사라며 죽기 전에 빨리 와야 하는데, 화산 때문에 비행기가 못 떠서 못 오는 거라고 그에게 얘기했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불새 여인에게 마지막  희망, 아들이 오고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주며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적은 노트를 펼쳐 읽어주는 것으로나마 위안이 되어주고 싶어하는 레게 사자머리 인턴의 마음씀씀이가 여간 비단결 같은 게 아니다.

초반에 등장한 이후로 수시로 나타나며 이야기의 큰 주리가 되어 주던 불새 여인.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날 즈음. 레게 사자머리 인턴이 깨닫게 되는 반전은 꽤 잔인하다.

 

병원이 있고...

들숨.

바람이 있고...

날숨.

내가 있고...

들숨.

누워 있던 환자가 미소 짓는다. 마지막 숨결.

길고 깊은 날숨.

죽음이 있다.

-327

 

응급실 드라마로는 이보다 현실감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생과 사의 주름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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