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음"은 두근.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몸이 조금만 안 좋아지면 갱년기 증상인가를 의심해봐야 할 나이가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마음은 20대, 아니 10대처럼 팔딱거리는 게 여자 마음인가 보다.
아직은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없지만, 한 두개라도 보일라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나도 이제 늙어가는 건가...하고 잠깐 우울해 한다.
그럴 때,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참 힘이 되어준다.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서 벗어나 "여자"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만화와 에세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던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에세이를 한 권씩 접해 보았었는데,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만화와
에세이가 혼합되어 있어 심심치 않게 읽을 수 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며 심심하다고 한다면...그건 아니, 아니, 아니되오~~
그저 가볍게 터치할 뿐이지만, 마스다 미리가 건드리고 지나간 곳은 그 밑에서 파동이 일어 마침내는 지진이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공감이 많이 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쑥, 강한 안타를 날리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청춘, 이 아닌 중년.
중년들의 오갈데 없는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주는 위트와 공감을 자아내는 그녀의 그림과 글에는 솔직히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씌어진 것 같아 흉내내어 보고 싶지만, 그 내공이 사실은 보통이 아니라서, 따라하기도 힘들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이 책을 읽으면 때를 놓친 청춘의 여러 가지 반짝반짝한 추억들이 방울방울 샘솟는다.
마스다 미리의 푸념처럼 풋풋한 청춘의 그 때에 했어야만 했던 일들을 못하고 지나간 것이 후회로 남지만, 그 후회는 쓰디쓴 것이 아니라 달콤
쌉쌀하다.
그녀가 놓친 것들이 무엇이 있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데이트하기, 그의 교복을 빌려 입기, 하트 은목걸이 선물 받기, 방화 후의 고백, 커프룩 입기, 그의 타진 옷을 꿰매주기,
자전거 둘이서 함께 타기, 수제 초콜릿 선물하기, 졸업식 날 고백하기, 하굣길에 선 채로 계속 대화하기...
나도 마찬가지로 놓친 것들이지만 나는, 너무나 무뎌서 이젠 기억조차도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마쓰다 미리는 세세하게 되살려 냈다.
여러 개의 목록 중에서 공주님처럼 안기기, 가사 실습 음식 챙겨주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기 등등 대부분의 것은 못해보았지만, 딱
하나...관람차에서의 첫 키스는 해보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꼭 첫 키스여야 한다면 이것도 양보해야겠지만...
확실히 공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방이 트인 곳에서 키스하기는 짜릿했다.
그것이...어린 청춘의 시절을 지난 어른이 되었을 때의 키스여서 좀 재미가 반감되긴 했지만 말이다.
은근슬쩍. 이런 추억 하나 끼워넣고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하고 되새겨보는 것이 지금의 재미이긴 하다.
꺼내어 곱씹어보고 살큼 웃음 베어물고픈 추억이 있긴 했던 것이...참, 다행이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된다...휴...
사십 대 오십 대 여성이 읽는 패션지를 보면 말도 안 되게 멋있는 것들이 실려 있다. 보석, 시계, 요정, 급이 다른 교토 등등. 멋진
어른의 세계다. -163
멋진 어른이 되려면 지금의 나이에 걸맞는 애티튜드를 갖추고 살아야 하겠지만, 가끔은 마스다 미리와 함께 두근거리는 여자의 마음을 간직하면서
가끔은 "소녀"가 되고 싶다는 어린 마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