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달 [샘터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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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넘치는 달'이란 뜻의 누리달, 6월이 다가온다.
햇살이 꽤 눈부시다.
6월은 눈부신 햇살의 기운으로 활기차게 지내야 하는데, 아직 세월호에 묶여 이것도 저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를 잠식해 들어간 지 벌써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는데...
실종자들은 아직도 남아 있고, 세월호를 둘러싼 진상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세월호에서 비롯된 모든 악의 뿌리들은 제멋대로 파헤쳐
지기만 하고 있다.
세월호의 악인지, 우리 사회의 악인지...
이걸 들추니 저게 튀어나오고 저게 튀어나오니 음모론이 불쑥불쑥 들쑤셔지고, 하룻밤 자고 나면 어지러운 머리가 개운하게 정리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소식에 더 정신이 어지럽다.
시인 나희덕은 <통곡의 바다 앞에서>란 제목의 글로 바다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우리의 느낌을 정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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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복수심에 눈이 먼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이 고래를 향해 던진 작살 밧줄에 끌려가며
최후를 맞는다. 세월호의 침몰 역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들의 눈먼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의 원인과 배후가
드러날수록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75
사고 한 달여가 지나고 고요히 숨죽이고 있던 쇼프로그램들이 주말에 보니,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고 있었다.
웃음이 그리웠던 탓일까.
무표정 혹은 슬픔을 짙게 드리운 표정으로 어기적 어기적 다니던 유령같은 내게 갑작스런 웃음의 코드는 전기충격과 같은 것이었나보다.
남편이 신기하다고 쳐다볼 정도로 크게 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나 조차도 어이없을 정도로.
발작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은...진정 우스워서 웃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웃지 못하고 살았던 기간에 대한 한풀이였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아~
웃음도 멈추고 살면 병이 되는구나. ㅠㅠ
희노애락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6월이 될 듯 싶다.
웃을까, 말까.
눈치보지 말고 이제 활달한 밸런스를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월간 샘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이야깃거리에서부터 적응해 나가면 되려나.
강춘자 할머니의 고사리 들깨탕은 레시피만 보아도 절로 건강해지는 듯하고, 고소한 향이 퍼져나오는 듯하다.
몸이 먼저 건강을 되찾아야 정신도 건강해질 터.
6월 한 달 안에, 이 레시피 꼭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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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집가의 보물창고를 털어 선물로 나누어주는 2014 브라질 월드컵 기념, 월드컵 소장품 이벤트도 숨겨져 있던 열정을 끄집어 내는 불씨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글을 연재하는 서민 교수의 기생충 이야기는 우리 몸 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한편, 묘하게
유머러스한 매력을 뽐내며 나를 웃음짓게 만든다.
유기농 먹거리에 관심 많은 열혈엄마들이여~
세 배 가까운 돈을 주고 사먹는 유기농에서 기생충 발견되면 어쩌려고^^
유기농이 크게 몸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교수님의 말을 믿어라~~
사는 게 팍팍해서인지, 요즘 꿈이 없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꿈을 키워주는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13
샘터 앙케트에서 당첨된 박혜정 님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다양한 표정 변화의 스펙트럼을 느끼며 읽었던 샘터 6월호.
소중히 쌓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