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희망과 위로의 선물 [다시, 봄]

 

 

어쩜, 어쩜.

우울하려던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드는 어여쁜 표지이다.

죽죽, 아이처럼 그어내린 두툼한 초록 줄기에 화사한 노란 꽃이 피려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싱그러워지는" 느낌으로 샤워하는 듯한 기분이 절로 든다.

저 두툼한 줄기를 하나 쓱 빼들고

노란 꽃이 내 머리, 팔, 가슴, 배 , 다리를 쓱쓱 지나가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싹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향기로운 내음을 가득 안고 내 품에 던져지는 꽃다발은 환희라는 효용을 가져다 주지만 금세 시들어 버리기에 오래 가지 못하지만, 책 표지에 발랄함과 상큼함을 가득 품은 이 책은 절대 지지 않는 꽃을 가지고 있어서 멋진 선물이 되어 준다.

크지 않은 판형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책을 받아들고 기뻐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이 샘솟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나는 요즘의 시를 잘 안 읽는 사람이지만 시집을 읽는 때는 마음이 어지러운 때에 특히 많이 한정되는 것 같다.

도무지 읽어도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의 언어는 아예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눈으로 그 흐름을 좇아가며 나만의 생각에 잠긴다.  

가끔 눈에 와 박히는 생소한 문장들과 시어들에 별안간 눈이 커지기도 하고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족속들의 말이야~ 하면서 시와 나의 평행을 이룰 수 없음을 이상하게 기뻐하며 읽는 동안 괜시리 마음이 편해짐을 즐기는 것이다.

왜일까.

그림이 없어서 더욱 글자와 마음간에 소통되지 못함을..그 막막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면 거기에서 더 해방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런데 장영희가 선물한 열두 달 영미 시에는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그것도 김점선의 그림으로. (2009년 3월과 5월 차례로 두 분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김점선의 그림을 만나게 된 것은, 아이의 동화책 [게사니]로부터였다.

이북에서는 거위를 '게사니'라고 한다고 했다.

 

김점선의 큰엄마 집에 사는 게사니를 쫄레쫄레 쫓아다니며 친구 삼았던 어린 시절의 김점선과 커다란 날개를 모으고 뒤뚱거리며 다니는 게사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마음에 꼬옥 담아두었던 그림책이었다.

어린아이같은 선이지만 그래서 더 거리낌없이 마음에 바로 와닿았고, 동심의 세계에 바짝 다가간 그녀의 그림에 경계가 스르르 허물어져 버렸던 기억이 있다.

 

시에 대한 선입견과 그림에 대한 선입견이 동시에 날아가버리면서

저절로 다가와 "어때?"하고 한 마디 툭 던지고 가버리는 묘한 선물.

 

 

시는 문학의 한 형태이고, 문학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시를 좋아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사랑이라고 봐요. 요즘 누구나 심든 시대니까 손톱만큼이라도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어요.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라는 것이 문학의 궁극적 목적이잖아요. -171,조선일보 인터뷰 중.

 

 

 

1월에서 12월까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를 소개한 이 책.

장영희는 5월을 이렇게 표현했네요.

 

너무 옅지도, 짙지도 않은

청순한 푸름의 계절, 5월입니다.

꽃비 내리는 이 아침,

아픈 추억도 어두운 그림자도

다 뒤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5월 속에 있으니까요.

-64

 

항암치료 받는 동안 내내 씩씩했다고 하는 장영희의 마음이 희망과 위로를 주고, 그 위에 한없이 씩씩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김점선의 그림이 더해지자 이 책은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나에게 선물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선물같은 기쁨을 다른 이들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올해, 내가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1위에 당당히 걸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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