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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슈라라봉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3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스트레스를
날리는 용의 트림과 방귀 소리 [위대한 슈라라봉]
잔잔한
판타지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를 썼던 그 사람?
마키메
마나부?
저번에
읽었던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는 한낮의 나른한 길을 걷다가, 그 길이 점점 푹신해지면서 카스테라처럼 달콤, 뭉실해지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우아하고 고상한 고양이 마들렌과 꼬마 여자 아이 가노코의 이야기였는데...
마키메
마나부가 이번에는 전작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꽤나 쇼킹한 제목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사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 사람 꽤 유명한가 보았다. 그의 작품은 TV드라마, 영화, 라디오드라마, 연극, 만화 등으로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었다.
[위대한 슈라라봉]도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위대한
슈라라봉]이라~

표지에서부터 유쾌,
발랄함이 흘러 넘친다 . 이 캐릭터 그대로 만화도 만들어도 좋겠다.
책의
앞면, 뒷면을 통틀어 주요 인물의 모습이 대단히 특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책을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
가운데
빨간 교복을 입은 살결이 희고 뚱뚱하게 생긴 곱상한 소년이 히노데 단주로,
오른쪽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교복을 입은 아이가 히노데 료스케, 왼쪽의 앞머리를 걷어 올려주고 싶게 늘어뜨리고
있는 아이가 나쓰메 히로미이다. 모두 이제 갓 고등학교에 들어선 1학년 신입생들이다.
출렁이는
비와 호의 물결을 넘실넘실 넘나들며 배를 태워주는 할아버지는 겐지로(源治郞)영감, 백마를 탔지만 어울리지 않게 트레이닝 복을 쿨하게 걸친 사람은
단주로의 누나 기요코이다.
주요
인물 소개는 이것으로 끝.
요즘
세상에 ‘신비한 능력’ 운운한다면 누가 믿어나 줄까? 흔히들 코웃음 한 방으로 넘겨들을 일이다. ‘마술’이라는 말로 교묘히 위장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열
살 무렵, 자신이 신비한 ‘물의 힘’을 가진 사람이며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밝혀선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혼란스러운 생활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만을 던지고 있었던 히노데 료스케.
고등학생이
되자 히노데 가문의 장학생으로 뽑혀 가문의 근거지이자 히노데 본가의 당주인 단쿠로 아저씨의 집이 있는 이와바시리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까지 십오 년 동안 정말로 신세 많았습니다. 내일부터 졸업할 때까지 삼 년 동안 호수 건너 쪽에서 살게 됐으니, 부디 건강히
지내십시오. 고세이 히노데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불초자식 료스케, 노력하고 오겠습니다. ”
시대에
맞지 않는 고색창연한 인사말을 남기며 료스케는 비와호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떠났다.
오래된
성하 마을 이와바시리의 혼마루 어전. 히노데 본가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에도시대부터 현존하는 혼마루 어전에서 생활하는 가족이다. 당주인 단쿠로
아저씨의 아들인 단주로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된 료스케는 어쩐지 ‘주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단주로의 ‘신하’ 역할을 맡게 된 듯하다. '빨강이
좋기 때문에 '남들 다 검은 색으로 입고 다니는 교복을 빨강으로 맞춰 입고 다니는 단주로. 덕분에 얼떨결에 빨간 교복을 받아 입게 된 료스케.
단주로의 '주군'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배를
타고 학교에 등하교, 혼마루 어전에서의 생활 신입생 가운데 두 사람만 교복이 빨강...
등교
첫날부터 히노데 가문의 두 남자 단주로와 료스케는 대대손손 라이벌 관계로 대치해 온 나쓰메 가문의 아들 나쓰메 히로미와 강렬한 첫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와바시리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비와 호수로부터 ‘물의 힘’을 얻어 쓰고 있는 두 가문은 이른바 ‘’호수의 사람“이라 불리는데, 히노데 가문은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힘을 지녔고, 나쓰메 가문은 비와 호에게서 상대의 몸을 조종하는 힘을 받아 써오고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가벼운데 묘하게 박력있는 어조로 말하는 단주로는 교장의 딸 하야세를 남모르게 연모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그만...나쓰메 히로미와 삼각 관계를
이루고 말았다.
입학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자신을 공격해오던 상급생을 멋지게 골탕먹이고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주군’의 지위를 확립한 단주로가 “나쓰메를 용서하지
않겠어.”라며, 가문의 대립과는 상관없이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하야세가 나쓰메에게 관심있어한다는 사실에 상처입었다) 때문에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삐질 나온다.
두
가문의 대립으로 사건이 진행되나 싶던 찰나, 교장이 두 가문의 후계자들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으로 갑자기 나타나 두 가문의 수장을 ‘영원히
기절“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그들의 말로는 ’시간을 정지‘시킨 것이라고 했다. 교장의 요구 사항은 두 가문 모두 이와바시리에서 떠나는
것.
믿을
만한 어른들이 힘을 못 쓰게 된 시점에서 두 가문의 후계자들은 힘을 합치게 되는데...
말을
타고 해자를 산책하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단주로의 누나 기요코는 “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이들을 지휘한다.
'용과 이야기하는 여자' 기요코. 뭔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이들은
과연 가문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교장의 실체는 과연 밝혀질 것인가? (물의 능력을 받은 자들인 만큼, 이름에 들어간 물 수(氵)가 중요한 힌트가 된다.)
도대체
슈라라봉은 무슨 소리인 거야?
그소리의
비밀은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파헤쳐지지만, 궁금한 사람을 위해 간략하게 밝힌다.
사실은
“슈라라라~”와 “보보보보봉”의 합성어로서 용의 트림과 방귀 소리였다는 것.
마을의
비와 호수에서 물의 힘을 받아 오랫동안 세력을 키우고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 그리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두 개의 힘이 부딪치지 않도록 적당히
떨어져서 간격을 유지해가며 살던 두 가문이 드디어 손을 잡게 되었다.
이건
흑과 백의 이야기도 아니고, 자연과 인간의 대립도 아닌 것이...
주제를
잡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없는 기묘한 “슈라라봉”이다.
인간은
그저 자연의 신이 트림하고 방귀 뀌는 소리 정도로만 여긴 재주를 살짝 부여받고 기고만장해져서 몇 백년을 떵떵거리며 누리고 살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있었다고 한다면 쉽게 믿을 수는 없는.
홍해가
반으로 쫙 갈라졌다는 말을 믿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신 나는 코믹 액션 판타지.
또
오래간만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
받을 땐 "슈라라봉~"을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