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 당신의 인생노트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예병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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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우는 한 마디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오른쪽 손목 쪽에 무지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어제 하루 종일 무~~식하게 청소를 해댄 탓이다.

아침 9시부터 눈꼽도 안 떼도 오후 3시까지 엉덩이 한 번을 못 붙였다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이삿짐 센터 혹은 청소도우미로 일을 했으면 일당 10만원은 줘야 할 베테랑 일꾼의 실력을 보여주며, 캬~ 정말 열심히 일했다.

사건의 발단은 남편의 무심한 말 한 마디.

"아니, 가정 주부가 집에 있으면서 집안이 왜 이렇게 드럽노? 창문에 손 자국 봐라. 쫌, 닦아라, 닦아!"

평소라면 남편의 그런 자잘한 잔소리는 파밧~ 손날치기로 날려버리고 유유자적 발을 까딱까딱하며 들었을 텐데...그날 따라 화살은 세차게 날아와 "정곡"을 찔렀다.

피~~융, 퍽!

 

요즘 날씨 탓인지 이상하게 나른해지고 힘이 없었더랬다. 제주 여행 다녀온 뒤로는 여행의 후유증 탓이라며 게으름에 내 몸을 맡겨버리고 축 늘어져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내 스스로도 영 못마땅하긴 했다.

나이 탓인가, 호르몬 탓인가...이래 저래 변명거리만 쌓아가는 나 자신이 나도 싫어질 무렵.

"가정주부"라는 나의 정체성을 꾹 밟아버리는 남편의 그 한 마디에 오기가 불끈 일어 아침에 눈뜨자 마자 아침, 점심도 거르고 청소를 시작했다.

얼굴에 땀이 흘러 눈 안으로 마구마구 들어가는데도 장갑을 낀 손으로 닦을 수도 없어 따가운 눈을 깜박깜박거리기만 하고...

그 덕에 편안하게 놀고먹던 내 손목의 근육이 놀래서 오늘 이렇게 "나 아파, 아프다고~~"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큰시큰 손을 움직일 때마다 아우성을 치면서 말이다.

 

나의 정체성. "가정 주부"

그 일을 다 해내고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며 성과를 얻었을 때 제대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가정주부의 소임을 다해 내지 않고서 책만 읽고 리뷰 쓰는 것에 정신 팔린 나는 남편의 눈에 "정신 나간 여편네"일 뿐이다.

책 그만 읽고, 청소나 해~ 가 되는 것이다.

 

남편의 잔소리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좀...자존심 상한다.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이 책에는 열한 곳의 밭에 뿌리는 112개의 생각 씨앗들이 들어있는데 그 중에 "오늘"과 "진정한 나"에 눈길이 먼저 갔다.

당장 동그라미, 동그라미를 겹겹이 둘러쳤다.

나를 무참히 짓밟은 남편을 원망할지, 나의 게으름을 원망할지 가늠해보기 위해서 말이다.

 

뜨끔한 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시시하거나 하찮다는 생각이 듭니까? 그래서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강대강 하고 있지는 않나요?(...)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만이 훗날 진짜로 원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그 때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어 봅시다.

-90

 

 

우리가 하는 많은 고민들, 잘 살펴보면 '타인의 평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의 시선만 없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이 우리를 괴롭히곤 합니다. '타인의 반응'이 아닌 '진정한 나'와 대면한다면 무의미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

왜 우리는 그토록 타인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 이유는 너무나 민감하고 쉽게 다치는 자존심이라는 연약한 감정 때문에, 또 내면 깊이 숨어 있는 불안 때문이다. -260

 

좋아!!

알렉스 리커만이 <지지 않는 마음>에서 표현한 대로 "청소를 너무도 잘해서 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가 하던 일을 멈추고, '여기 자기의 임무를 훌륭하게 해낸 위대한 청소부가 살았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사명을 다 해내고 말리라!!-160 인용.

 

^^

청소 하나 하고 팔목 좀 시큰거리는 것으로 참 잘도 갖다 붙인다~~

남편의 한 마디에 청소 빡세게 하고 책 한 권, 내 것으로 만든 날로 기억할 것이다. 오늘을...

하루 5분, '경제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취지로 '예병일의 경제 노트'를 운영하는 저자 예병일. 그의 글들은 삶을 살면서 무뎌진 내 칼날을 다시금 날카롭게 벼리는 데 요긴한 숫돌이 되어 주었다.

비록 손목은 희생했으나 깨끗해진 유리창과 정리된 냉장고, 반짝반짝한 욕실과 전체적으로 한결 넓어보이는 집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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