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사이코 스릴러 [눈알사냥꾼]

 

 

전작인 [눈알수집가]를 읽은 것이 함정이 되는가 읽지 않은 것이 함정이 되는가...

[눈알수집가]를 읽기 않고 곧장 [눈알사냥꾼]을 읽게 되었다. 친절하게도 아직 읽지 못한 [눈알수집가]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앞부문에 나와 있었고, 범인은 베를린 유력 일간지의 수습 기자, 23세의 프랑크 라만으로 확정지어져 있었다.

여기서부터 일말의 의시도 없이 프랑크를 "눈알수집가"로 상정하고 읽어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거대한 반전의 빌미가 될 줄이야.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

 

"눈알수집가"는 먼저 어머니를 죽이고 아이를 납치한 후 아버지에게 45시간 7분의 제한시간을 주었다. 이 시한이 지나면 아이는 자동적으로 질식하게 되어 있었다. 눈알수집가라는 끔찍한 별명은 후에 발견된 아이들의 시신마다 왼쪽 안구가 없었기 때문에 얻은 것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자백하는 이메일을 보내온 눈알수집가는 경찰청 출입기자 알렉산더 초르바흐의 활약으로 네 번째 게임에서 범행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 대신 초르바흐의 아내를 살해하고 그의 아들 율리안을 납치한 눈알 수집가는 초르바흐에게 똑같이 시간을 제한하고 그를 압박해 들어온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다중인격장애자 까지...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눈알사냥꾼]에는 비정상적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눈알을 수집했던 "눈알수집가"에서부터 고도의 안과 의료기술을 가지고도 제대로 틀어박혀 있지 않은 정신상태 때문에 "눈알사냥꾼"이 되어버린 사람까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파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이 책을 나는 왜? 왜 잡고 놓지 않았는가가 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호기심 때문...?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과 필력의 승리?

어쨌든 [눈알사냥꾼]을 읽다가 내 눈알이 안구를 탈출할 것 같이 뻑뻑해져 오고, 제대로 사이코들의 세계에 초대되어 정신이 쏙 빼앗긴 두 세 시간을 거치고 나니...절로 말투가 거칠어진다.

 

"눈알수집가"의 범인으로 지목된 프랑크로부터 아들 율리안을 살리려면 자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초르바흐는 다급한 마음에 총구를 머리에 들이대고...쏜다.

 

한편, 세계적인 안과의 차린 주커 박사. 낮에는 환자들의 백내장을 치료하는 훌륭한 의사이지만 밤에는 여자들의 눈꺼풀을 잘라내는 소시오패스다. 다행히 붙잡혔으나 불행히도 증인이 사라져버려서 그는 좀 있으면 자유의 몸이 된다. '미래를 보는' 맹인 물리 치료사 알리나는 수사 협조 요청에 의해 그를 만나러 갔다가 주커의 다음 희생자로 낙인찍히게 되고, 이미 철저하게 안구 기증자를 가려 준비해둔 그의 비밀스런 장소로 납치된다.

 

죽은 줄 알았던 초르바흐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동료였던 숄레의 도움으로 다시 "눈알수집가"를 찾아나서는데...

 

두 줄기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눈알수집가"와 "눈알사냥꾼"이 공범이 아니냐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려는 찰나, 밝혀지는 "눈알사냥꾼"의 공범. 그 공범은 이리스라는 여자로 다중인격장애자이며 상황에 따라 아주 탁월하게 자기 자신을 변신시킬 수 있는 연기력을 겸비한 섬뜩한 이다.

 

간신히 잡았다 싶었던 "눈알수집가"가 죽음에 이른 후, 사건은 대반전을 일으키며 처음부터 책장을 뒤적이게 만드는 혼란을 불러온다.

알리스는 주커 박사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약해지고 헐거워진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범죄자들의 예리함에 아무 죄없는 나까지도 괜히 몸서리치게 만드는...이상한 이야기.

죄책감을 이용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나쁜 놈들도 과연 바닥 끝까지 나쁜 놈인가? 하는 질문을 남기면서 어두운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

표지의 그림처럼 코와 입이 막혀서 숨을 크게 쉴 수 없는 경험을 책장을 덮을 때까지 하게 될 것이다.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공포감을 던져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숨을 쉴 때마다 달라붙어 호흡을 방해하는 저 거치적거리는 얇은 막이 무시무시한 소설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것임을...그 때는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