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리를 들어라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가톨릭 사제이자, 시인, 번역가인 류해욱 님.
그리고 '감성 풍경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남인근 님.
이렇게만 소개해도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듯하다.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부딪힘, 단절, 거부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책의 제목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다 스러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삐딱하게 사물을 보는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사람일지라도 일단, 릴렉스 하게 해 주고 공감받고 있음을 마음 깊이 느끼게 해
준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저자가 원전을 직접 번역한 것이라고 하니 그 울림 또한 많은 것을 거치지 않고 최대한 원전의 형태 그대로
고스란히 전해질 듯하다.
한 번에 술술 읽어나가도 좋고,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곳을 펼쳐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도 좋다.
책 어느 곳을 펼쳐도 아름다운 사진과 조용조용한 말들이 가득하다.
이런 류의 명상집을 읽다보면 어느 구절에나 조금씩 나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고,
다시금 곱씹어야 할 금과옥조같은 말들이 튀어나오곤 하는 것에 놀라게 된다.
한 사람의 경험이 아닌 여러 사람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책들에서 추려내고 또 추려내어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는데, 나는 또 왜 그
수없는 경험들에 일일이 반응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 생의 절반 정도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나는 참, 많은 고통과 슬픔과 아픔을 겪어낸 것인가...그러면서 이만큼 가정을 꾸리고 책을
읽어내고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이 말들의 웅덩이에서 나는 또 어루만짐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 올 날들을 살아낼 힘을 얻게 된다.
봄날의 흐드러진 목련을 보고 "어멋"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목련 나무 아래에서 화악 올라오는 싱그러움을 맡을 수 있는 지금, 나는 무척
안정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발걸음 하나 떼는 데도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로질러 얼굴 한 가운데 움푹 패인 주름을 만들며 걷던 때도 있었는데, 그 시간도 어찌어찌
흘러가고 지금은 평온한 오리떼들이 유유히 유영하며 만드는 잔잔한 파문만한 잔걱정 뿐이니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인생이란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임을 알겠다.
우리 삶은 늘 눈물과 미소의 교차인지도 모릅니다. 이는 울 일, 웃을 일이 번갈아 일어난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거기에는 눈물과 미소가 함께 있습니다. 눈물 나는 상황에서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이 환히 비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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