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짜면 곱빼기 주세요! 샘터어린이문고 46
하신하 지음, 이작은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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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을 위한 짜장면 [꿈짜면 주세요]

 

꿈이 있을 때가 행복했다.

정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렸을 때는 그 질문이 그렇게 싫었는데, 어느새 나도 내 아이에게 시도 때도 없이 내가 싫어했던 그 질문을 해대는 엄마가 되었다.

그래도 , 막상 입밖에 내어 말하기는 싫어도 자기만의 꿈을 간직하고 조금씩 그 꿈을 키워가던 그 때가 좋았는데...어른이 된 지금은 하루하루가 팍팍하기만 하다.

꿈이라는 씨앗을 흙냄새 물씬 올라오는 촉촉한 흙에다 심고, 꼭꼭 손으로 다지고, 물을 주며 싹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그 과정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행복했었는데...

 

유치원생들에게조차 쉽고 활기차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질문. "너 커서 뭐 될래?"

경찰,의사, 한의사, 소방관, 과학자.

틀에 박힌 정형화된 직업군이 입에 딱 붙어 버린 아이들은 꿈을 꿈답게 꿔볼 자유가 없다.

중학생이 되어서 진로교육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뭐가 될래, 를 이미 강요당한 채 암묵적으로 정해진 그 길을 걸어온 아이들은 유연하게 사고할 여유가 없다.

특기가 없으면 무조건 공부에 올인해서 대학에 간 다음...네가 할 일을 찾아도 늦지 않다.

이것이 일반적인 부모들의 경직된 사고양식이다.

미친듯이 하고싶은 일에 매진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하루하루 책상에 고개를 묻고 책과 씨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대학"가는 것만이 당면한 목표인 우리나라의 청소년들.

 

올해 7살인 울 아들.

유치원에서부터 영어교육이 한창이다.

6살 때에는 그나마 레터랜드라는 교재로 하루에 20분 정도씩 가볍게 공부했었다.

기초반, 집중반 으로 나뉘어 있었어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울 아들은 기초반만 듣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7살이 되자, 모든 학생들이 다 집중반을 선택했다고 한다.

나와 우리 아들만 기초반 수업에 찬성.

헐~ 5살, 6살 아이들과 같이 마쳐 7살 친구 하나 없는 하교차량을 타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울 아들이다.

 

분명 6살까지만 해도 기초반에 만족했던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7살이 되자, 내년 학교 갈 것을 대비해 집중반 코스를 일제히 신청했다는 것에 기가 막힌다.

순진하게 기초반을 고집하는 나와 울 아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영어공부에 대한 열성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신가요...

그래도 영어 공부를 더 하지 않고 일찍 오는 것에 신나 하는 울 아들.

장하다!!

 

책 들고 있는 모델은 울 딸입니다 ^^

일단은, 어린 아들보다 10살 울 채원이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서요^^

 

여기, 입이 미어터져라 짜장면을 말그대로 흡입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라.

먹는 것에 초집중하는 모습. 입 주변에 짜장 소스가 묻어도 개의치 않고 신 나게 먹고 있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고 재밌게 하는 모습은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아이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그 모습이 참 ~ 예쁘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세상에 살고 있다보니 짜장면을 복스럽게 먹는 장면에서조차 감탄하게 된다.

장난치고,싸우고, 울고 불고...

마음껏 감정을 발산하는 아이들보다는 조용히 학원 차를 타고 실려갔다 실려오고, 엄마의 말에 다소곳이 "예"하는 표정 잃은 인형같은 아이들이 더 칭찬받는 세상이니 그럴 수밖에.

 

꿈을 발표하는 시간, 아이들은 저마다 영혼 없는 대답을 늘어놓는 가운데,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친구들 별명을 지어부르고 놀리기에 재미 들린 수리는 "아직 꿈이 없어요."라고 당당하게 발표를 했다.

"할머니가 될래요."라고 발표한 나은이와 수리는 자신들이 발표한 것에 대해 나름 이유가 있었지만 선생님은 둘에게 '대한민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가사 쓰기 일명, 빽빽이를 숙제로 내주고, 다음 시간까지 꼭 꿈을 생각해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름 숙제에 대한 답을 찾으러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수리.

의사가 되라는 엄마, 아무 거나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아빠.

수리의 부모님조차도 의견이 맞지 않아 수리를 가운데 놓고 부부 싸움 하기 일보 직전이다.

"인마, 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조은상가 자금성의 주인다운 비유다.

"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는 어떻게 알아?"

"많이 먹어 보면 알지! 아무리 먹어도 안 질리고 자꾸 먹고 싶은 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요리인 거다."

 

조은 상가 구석의 수리수리 백년가게에는 백년 할머니가 계신다.

재봉틀로 항상 뭔가를 만들고 고치지만 늘 몇 백년 묵은 물건이 쌓여 있는 고물가게 같은 곳.

수리는  가게에 틀어박혀 일만 하시는 할머니에게 바깥 세상을 가르쳐 주고 할머니의 가족들에게 "깜짝 선물"을 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하고 할머니는 수리에게 오랜 세월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들려주신다.

그렇게 해서 서로서로 깨달음을 얻어가는 사이...

 

 

 

할머니도 변화를 일으키고(위의 사진)

 

수리는 진지하게 자기의 꿈을 생각해서 아이들 앞에 나가 당당하게 발표를 한다.

"제 꿈은 이름 짓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직업에만 연연해서 틀에박힌 대답을 강요했던 선생님은 수리의 꿈과 그 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새로운 숙제를 내주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거기에 이름을 달아 이야기 만들어 오기!"

 

질문을 바꾸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생각에 담아야 할 내용물이 풍성해졌다.

꿈에 대한 바로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일 텐데...

아이를 둔 부모와 학교의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깃 거리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뭐가 될래, 무슨 직업을 가질래?

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재미있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질문이다.

아, 맘에 드는 활용거리를 찾게 되어 읽은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국수, 꿈짜면을 만들고 싶어하는 수리의 아빠, 나이가 들었음에도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다는 백년 할머니,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선생님.

수리의 진지한 꿈 찾기가 많은 이들을 변화시켰다.

 

 

많이 먹어보고...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정해도 늦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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