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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2월
평점 :
교육과
공간에 관하여 생각하다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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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규격화된 성냥갑처럼 지어지던 근대 시기, 교육의 목표는 실상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길들여 표준화시키는 것’이었다. 근대 국가는 교육과 법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운영했다. 이것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바로 학교, 군대 그리고 감옥이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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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들으면 곧바로 반발심이 일어나지만 그러고 잠시 후에 동조의 의미를 나타내는 미소 혹은 고개 끄덕임이 나타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주 오랜 시간 -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오랜 시간일-동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야간 자율학습을
명목으로 공부에 힘을 쏟는다. ‘별보기 운동’을 일삼으며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할 학교. 그런 학교가 감옥과 같은 곳이라면...아이들은
죄도 없이 감옥 같은 환경에 길들여져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창의를 논할 것이며, 인간적인 것을 논할 것인가.
아이들에게
허용된 10분의 휴식 시간조차 마음 편히 쉴 곳이 없어 정서적 편안함, 활기를 기대할 수 없는 학교.
“학교가
집보다 더 편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겨울
방학 동안 초등학생인 아이의 학교가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나는 도서관 도우미를 하고 있어서 도서관을 먼저 챙겼는데, 그 흐지부지한
일처리란~~책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고, 책장은 원래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게 내팽개쳐져 있는 모습. 연휴 끝이라 개학 전에 선생님들이 체크도
안하셨는지. 도서 도우미 엄마들에게 비상연락을 돌려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책을 읽고 쉴 수 있도록 청소를 해야 했다. 먼지 닦아 내느라 땀이
주르륵~
학교든
집이든 아이들을 위해 생활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무지 속이 상했다. 이런 먼지구덩이에 아이들을 몰아
넣고 개학을 하면 어쩌잔 것인가. 도서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혹은 엎드려 앉아 책을 읽을 것이고, 대출반납을 하러 들락거릴
것인데...
도서관
담당 선생님은 물론 학교의 책임자라는 교장, 교감 선생님은 개학날이라 바쁘셔서인지 도서관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고, 결국 청소용 걸레를
마련한답시고 교무실에 직접 찾아가서야 “아~ 도서관”이라는 짧은 한마디나마 얻어들을 수 있었다.
“책은
아이들더러 옮기라고 하면 되고 청소는 다 되어있지 않던가요?”
이건
앞뒤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것이고 학교를 책임진다는 선생님의 입에서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들의
무관심속에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만 애가 타는 현실 앞에서 무너져내리는 부모의 마음. 초등학교부터 이런 방임 속에 아이들이 길러지고
있다면...중학교, 고등학교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에 식은땀이 주루루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물론
선생님들의 편에 서서 얘기하자면 영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아니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학교 문제나 기본적인 복지조차 누리기 힘든 답답한 환경에서 선생님들 역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분
일초라도 빨리 그 곳을 벗어나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런 공간에서 과연 양질의 교육이 꽃필 수
있을까?-29
아이의
학교 외관은 리모델링 공사 후에 노랑, 빨강, 아이보리의 블록 형태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균형 있게 배치되어 한층 발랄하게
변하기는 했다. 역사가 50년이 넘는 동안 이렇게 혁신적인 외관의 변화는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그러나 외관을 바꾼 것은 공사업자의 힘이었을
뿐. 도서관에 관심 쏟는 정도를 보아하건대, 선생님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정도의 리모델링은 아니었단 생각이다.
학교의
삭막한 공간이 문화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나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학교 폭력이 줄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
불결한
이미지였던 화장실에서는 향긋한 향과 함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폐쇄적이던 옥상은 산책을 하고 캠핑을 하는 곳으로 바뀌고 나니 아이들의
거친 말투와 행동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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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있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에서 공간이 아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
아이의 학교도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외관이 전보다 확연히 밝아진 것을느낄 수 있었는데, 공간의 변화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으슥하고 어둡던 학교를 무섭다고 하던 아이들이 밝아지면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도 좀 처진 어깨를 펴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공간에
쉽게 마음을 내주는 아이들로 인해 학교가 활기차 진다면 먼지 들이마시며 도서관 청소한 것 쯤. 뭐, 너그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